그 나무, 울다

- 이면우

비오는 숲 속 젖은나무를 맨손으로 쓰다듬다
사람이 소리없이 우는 걸 생각해봤다
나무가 빗물로 목욕하듯 사람은 눈물로 목욕한다!
그 다음 해 쨍하니 뜨면
나무는 하늘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고
사람은 가뿐해져서 눈물 밖으로 걸어나오겠지

출처 : 이면우,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 물길시선 1 | 북갤럽

*

가끔 ‘슬픔’은 식물성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사람들은 곧잘 식물에 정성을 기울인다. 말없이 고요하게 화분에 담겨있는 식물의 잎사귀에 물을 대주고, 마른 걸레로 젖은 물기를 닦아내며 내 안에 가득한 슬픔으로 축축한 습기들도 함께 닦아내면서 우리도 그와 함께 말을 잊는다. 식물은 말을 하지 않으며 몸을 피하지도 않지만 벼가 부지런한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비록 좁디좁은 화분에 갇힌 화초들이라 할지라도 분명한 건 정성 들인 그대로를 화답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땅과 함께 오래된 농부들은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농사 중에 사람 농사가 가장 힘들다. 그래서 나는 종종 마음의 거름을 얻기 위해 숲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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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