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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학이(學而)편>14장. 食無求飽 居無求安 子曰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군자는 먹는데 배부름을 구하지 아니하며 거처하는데 편안함을 찾지 아니하고, 일을 행하는 데는 민첩하지만 말을 삼가며 도를 지닌 이에게 나아가 자신을 바르게 한다면 가히 배움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논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통일된 순서를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논어』의 가장 첫 머리에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논어』를 통해 드러난 공자의 말과 행동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공자가 배움, 공부하는 것을 진실로 사랑했던 사람이란 것이다. 언젠가 농담처럼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 더보기
문화웹진, 마이너리티와 제도권 사이 - <플랫폼>, 2008년 1,2월호(통권 7호) 2000년대 문화웹진의 흥망성쇠 - 자발적인 마이너리티에서 제도권으로 2004년 연세대 문헌정보학과에서 실시한 대한민국의 인터넷 콘텐츠 보존 실태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생성되는 인터넷 페이지는 1,500만 페이지에 이르지만 수명은 고작 70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 1996년 창간되어 국내 최초의 웹진으로 기록된 문화비평 웹진 http://webarchive.or.kr/schizo)>는 한때 하루 방문자수가 10만 명에 육박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으나 24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되어 사이트 운영이 중지되었고, 정보트러스트센터 등의 도움으로 현재 일부만이 복원되어 남아있는 상태다. 최초의 웹진인 의 흥망성쇠는 오늘 하루 동안에도 생겨나고 사라지는 1,500만 페이지의 인터넷 .. 더보기
오규원 - 無法 無法 - 오규원 사람이 할 만한 일 가운데 그래도 정말 한 만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다 -- 이런 말을 하는 시인의 표정은 진지해야 한다 사랑에는 길만 있고 법은 없네 -- 이런 말을 하는 시인의 표정은 상당한 정도 진지해야 한다 사랑에는 길만 있고 법은 없네 출처 : 오규원,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문학과지성사, 1991 * "진지해야 한다", "상당한 정도 진지해야 한다"는 시인의 말씀은 스승의 말씀이다. "사랑에는 길만 있고/ 법은 없네"라는 시인의 말씀은 곧 스승의 말씀이다. 고로 나는 "사랑에는 법이 없고 오로지 길만 있다"고 상당한 정도 진지하고 진지해야만 하는 자세로 말하고 있다. 사랑은 무법이다. 하여 아무렇게나 사랑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난 너에게 가는 길을 열어야 하며, 내.. 더보기
백석전집 - 백석 | 김재용엮음 | 실천문학사(2003) 『백석전집』 - 백석 | 김재용엮음 | 실천문학사(2003) 『백석전집』 혹은 "백석"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 해보자고 마음 먹은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제비손이손이하고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서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못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홍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백석의 시 "여우난골족" 중 뒷부분만 발췌해봤다. 과연 저 시를.. 더보기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 김태완 | 소나무(2004)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 김태완 | 소나무(2004) 연휴가 시작되기 전 잠시 짬이 나기에 헌책방에 들렀다가 몇 권의 책을 주워 담았는데, 그 중 하나가 김태완이 엮은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책 읽기에도 여러 갈래가 있겠지만 가장 즐거운 책 읽기는 마땅한 용처가 없는 독서다. 의무감에 쫓기지 않는 책 읽기야 말로 책 읽는 즐거움의 백미인 셈이다.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를 소파에 누웠다 바로 앉기를 반복하며 반나절 만에 다 읽었다. 연휴 끝에 다시 회사에 출근하였다가 우연치 않게 2004년 9월호 『한국논단』 창간15주년 기념호가 눈에 띄어 살펴보다가 책등에 「역사에서 배우자. 천도(遷都)하면 나라가 멸망했.. 더보기
이윤학 - 전생(全生)의 모습 전생(全生)의 모습 - 이윤학 작년에 자란 갈대 새로 자란 갈대 사이에 끼여 있다 작년에 자란 갈대 껍질이 벗기고 꺾일 때까지 삭을 때까지 새로 자라는 갈대 전생의 기억이 떠오를 때까지 곁에 있어주는 전생의 모습 출처 : 이윤학, 『세계의 문학』, 2005년 겨울호(통권118호) * 전생(前生)이나 전생(轉生)이 아니라 전생(全生)의 모습이다. 가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 그것도 같은 TV프로그램에 비춰지는 가난하고, 온전치 못한 육신(肉身)의 사람들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웃으며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공연히 질투가 인다. 마치 성서에 나오는 동방의 의인 욥을 두고 시험에 들게 하고 싶은 악마처럼 공연히 그 두 사람에게 더한 고난이, 더한 고통이 닥친다면 그래도 여전히 너희 두 .. 더보기
정치적인 것들의 귀환을 꿈꾸며 - 2007년 12월 21일자 <경인일보> 정치적인 것들의 귀환을 꿈꾸며 - 2007년 12월 21일자 서구 문명의 기원이자 민주주의의 대명사처럼 이야기되는 그리스는 현대적 의미로 보자면 이민족인 도리아족이 남하하면서 선주민들을 무력으로 복속시켜 만들어진 고대 노예제 도시국가였다. 당시 스파르타에는 ‘포로’라는 뜻의 헤일로타이(heilotai)라 불리는 노예가 시민 1인당 15명의 비율로 존재했는데, 그 수가 25만 명에 이르렀다. 어떻게 소수의 도리아족 시민들이 정치로부터 소외된 다수의 선주민들을 지배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도리아족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대신 참정권을 제외한 신분상의 자유와 재산권을 인정받은 중간 계층 페리오이코이(perioikoi)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페리오이코이란 ‘주변인(marginal man)’이란 뜻이다. 87년 .. 더보기
강윤후 -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 강윤후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 내가 기거하는 하루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은 바람의 길 옆이라 담배라도 한 대 태우기 위해 그 길 옆에 서면 하루종일 바람소리가 '휘이휘이~'하며 불어댄다. 하늘, 바람, 구름, 돌, 꽃, 나무, 숲, 달, 강, 호수, 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연의 이름들이지만 이중 내가 유독 좋아하는 것은 '바람'. 잡히지 않고, 보.. 더보기
아비정전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아비정전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제작 1990(홍콩)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에 꼭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염훙잉(유가령)과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아비(장국영)'는 전신 거울 앞에서 혼자 속옷 바람으로 맘보춤을 춘다. 그리고 내뱉는 한 마디. 그게 위에 적힌 대사다. 아비, 우리는 노신(魯迅)의 소설 『아큐정전(阿Q正傳)』을 알고 있다. 신해혁명(辛亥革命)을 전후한 농촌을 배경으로, 이름 석자도 명확하지 않아 그저 '아Q'라고 불러야 하는 한 날품팔이 농민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혁명당원을 자처했으나 나중엔 도둑으로 몰려 허무하게 죽어가는 아Q의.. 더보기
전쟁의 역사 - 버나드 로 몽고메리 | 승영조 (옮긴이) | 책세상(2004) 『전쟁의 역사』 - 버나드 로 몽고메리 | 승영조 (옮긴이) | 책세상(2004) 개정증보판의 의미 이 책은 지난 1995년 두 권으로 분권되어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된 적이 있다. 나는 구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생이 사학과에 진학하는 바람에 큰 맘 먹고 몇 권의 역사 관련 서적들을 동생에게 넘기면서 그 때 이 책도 함께 넘겼다. 예전에도 한 차례 이 책에 대해 리뷰를 쓴 적이 있었다. 당시엔 너무 짤막하게 썼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어서 이번에 다시 한 번 리뷰를 쓰려고 결심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같은 책에 대해 두 번의 리뷰를 하는 셈이다. 어떤 이는 왜 같은 책을 두 번 사는가? 혹은 출판사에서 무엇 때문에 개정증보판을 내는가?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이때의 개정증보판은 중복출판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