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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2009) 나는 SF영화와 좀비물, 그리고 epic(서사시)류의 영화들을 특히 좋아하는 편이다. 긴 글 읽기와 긴 글 쓰기를 선호하는 사람답게 영화도 시리즈물로 계속되길 바란다. 세헤라자데(이야기꾼)에게 매료당한 아라비아의 군주(독자)처럼 천일동안 읽어도 읽어도 물리지 않는 네버엔딩스토리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취향이므로 당연히 "스타워즈",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같은 영화들은 모두 DVD로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런 영화들은 되도록 극장에서도 보려고 한다. 이번에 개봉된 "T4" 역시 개봉 당일 극장에서 심야영화로 보았다. 영화 감상도 주로 집에서 DVD로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rewind' 기능 때문에) 나의 영화감상 스타일상 웬만한 영화가 아니면 굳이 .. 더보기
필리파 피어스 - 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 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 필리파 피어스 지음, 앤터니 메이틀런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문고 3단계 20/ 1999년 나는 를 읽고 라는 장현수 감독의 영화가 생각났다. 젊은 날의 배종옥,정보석,강석우가 주연을 맡았던 이 영화는 어두운 뒷골목 생활을 배경으로 그려진 영화의 한 전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세상에 대한 저주와 증오로 똘똘뭉친 물새(정보석), 잃어버린 과거와 절박한 현실 속에서 독기와 위악이라는 갈등과 내면의 모순을 해결할 길 없는 지숙(배종옥), 생활의 여유 속에 자부심 강한 정민(강석우)라는 전형적인 삼각구도의 틀 속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그리고 몇몇 대사는 나에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것이기도 했다. 정민과의 .. 더보기
황지우 - 늙어가는 아내에게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 더보기
백석 - 흰 바람벽이 있어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셔츠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더보기
강은교 - 별 별 - 강은교 새벽 하늘에 혼자 빛나는 별 홀로 뭍을 물고 있는 별 너의 가지들을 잘라 버려라 너의 잎을 잘라 버려라 저 섬의 등불들, 오늘도 검은 구름의 허리에 꼬옥 매달려 있구나 별 하나 지상에 내려서서 자기의 뿌리를 걷지 않는다 * 1945년 함남 홍원 출생.연세대 영문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문학 박사. 동아대 국문과 교수. 제 2회 한국 문학 작가상 수상. 1968년 '사상계'신인 문학상에 '순례자의 집'이 당선되어 등단함. 윤상규, 임정남, 정희성, 김형영 등과 '70년대' 동인으로 활동함. 주요 시집으로는 '허무집'(1971), '풀잎'(1974), '빈자 일기'(1977), '소리집'(1982), '붉은 강'(1984), '우리가 물이 되어'(1986), '바람 노래'(198.. 더보기
최승자 -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 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도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 더보기
김남주 -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 김남주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 밤처럼 서로 속삭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 가수. 안치환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 그리고 가장 .. 더보기
이명석 - 이명석의 유쾌한 일본만화편력기/ 홍디자인/ 1999 이명석의 유쾌한 일본만화편력기 / 홍디자인 / 1999년 가끔 TV식, 비디오식 영화작명 법을 보면 유명 배우의 이름을 앞에 들이대면서 "누구누구의 어쩌구"하는 제목의 작품들이 있는데, 이런 제목의 영화는 십중팔구는 개판이었다. 오죽 내용에 자신이 없으면 그런 식의 작명법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 했겠는가? 그런 점에서 는 그런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의혹으로부터 행복한 경계 긋기에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 책은 제목으로부터 책 내용에 대한 절반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명석"이라는 한 개인의 만화읽기에 관한 책이며,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세계최대의 만화왕국 일본의 만화에 대한 것이다. 이제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가 유.. 더보기
조홍섭 옮겨엮음 - 현대의 과학기술과 인간해방/ 한길사 / 1984년 1월 현대의 과학기술과 인간해방 조홍섭 옮겨엮음 / 한길사 / 1984년 1월 조홍섭 선생이 옮기고 엮은 이 책 "현대의 과학기술과 인간해방"은 지금의 세태로 보면 다소 촌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는 "민중을 위한 과학기술론"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이 지난 1984년의 일임을 상기해보면 촌스럽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이전에도 첨단을 달리는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단 생각을 계속 해왔으나 최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소동을 겪으며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부터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내 아는 어떤 이는 황우석 박사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온국민들이 오랫동안 손놓아왔던 생물 공부는 이참에 충분하게 했으니 그것만은 황우석 박.. 더보기
카트린 칼바이트 - 20세기 여인들 : 성상, 우상, 신화 20세기 여인들 - 성상, 우상, 신화/ 카트린 칼바이트 지음, 장혜경 옮김/ 여성신문사/ 2001년 아마도 이 책 "20세기 여인들"은 책이 나오자마자 구해서 읽었던 것 같다. 독일의 여성 저널리스트 카트린 칼바이트를 비롯해 11명의 작가가 선정하고 집필한 20세기를 살아간 55인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55명의 여성을 다루다 보니 그 분야가 정치, 정치, 페미니즘, 문학, 영화, 예술, 스포츠를 비롯한 폭넓은 것이 되었다. 총 11개로 분류된 분야별 여성 중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사람이 아닌 존재들도 끼어 있는 것이 이채로왔다. 나는 그 분류가 이 책이 의도하고는 특별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별도로 소개해보자면, 그것은 남근 중심 사회의 창조된 여성성을 대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들을 한데 묶..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