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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CITY - Am Fenster CITY - Am Fenster 그룹 City는 특이하게도 동독의 록그룹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은 "Am Fenster"였다. 내 개인적으로 고등학생 시절 성시완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고 너무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탓에 이후 언젠가 한 번은 다시 이 프로그램에서 방송을 해주리란 기대를 품고, 나와 비슷한 세대라면 누구나 경험해 봤음직한 일을 나도 했다. 작은 워크맨 라디오에 카세트 테잎을 꽂고 이 음악이 방송되기만을 목을 빼고 기다리는 일 말이다. 결국 그렇게 해서 City의 Am Fenster를 녹음하는데 성공했고, 그 다음엔 그 테입이 늘어질 때까지 반복해서 듣고 또 듣고는 했었다. 내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이는 전영혁을 통해, 어떤 이는 성시완.. 더보기
100만 번 산 고양이(100万回生きたねこ) - 사노 요코 | 김난주 옮김 | 비룡소(2002) 100만 번 산 고양이(100万回生きたねこ) - 사노 요코 | 김난주 옮김 | 비룡소(2002) 시인 윤동주는 "슬픈 인연"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단, 단 한번의 눈마주침으로/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슬픔은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못본체 했고,/ 사랑하면서도 지나쳤으니/ 서로의 가슴의 넓은 호수는/ 더욱 공허합니다// 자신의 초라함을 알면서도/ 사랑은 멈출 줄을 몰랐고,/ 서로가 곁에 없음을 알면서도/ 눈물은 그칠줄을 몰랐습니다/ 이제, 서로가 한 발씩 물러나/ 눈물을 흘릴 줄 압니다/ 이들을 우린/ 슬픈 인연이라 합니다" 그의 인연은 슬프고, 미묘하며 또한 신비롭다. 그것은 "단, 단 한 번의 눈 마주침"으로 서로의 가슴에 "넓은 호수"를 만들고, 눈물을 .. 더보기
이것이 일본 만화다 - 프레드릭 L.쇼트 | 김장호 외 옮김 | 다섯수레 (1999) 이것이 일본 만화다 - 프레드릭 L.쇼트 | 김장호 외 옮김 | 다섯수레 (1999) 프레드릭 L. 쇼트는 "한국어판을 내면서"란 글을 통해 "만화는 한 세기 전에 미국에서 시작하여 오늘날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었고, 한국의 만화 산업도 예외 없이 매우 세련되고 높은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 만큼 만화가 대중 속에 파고든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이 문장에서 우선적으로 지적되어야 할 부분이 한 가지 있다. 예술로서의 만화는 한 세기 전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만약 모던한 장르로서 만화의 출발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프랑스 내지는 영국을 기원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장르의 기원만 놓고 치자면 더욱더 미국이 그 기원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세계 각국이 만화에 대해서만큼 서로 .. 더보기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시대 - 이사야 벌린 |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시대 - 이사야 벌린 |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 "모든 것을 의심해 보라(De omnibus dubitandum)." 이 말은 칼 마르크스가 가장 좋아했던 좌우명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이를 다시 재정립했던 사상가 칼 마르크스. 이와 같은 인물에 대해 일대기도 아니고, 평전을 쓴다는 일을 그것도 불과 28세의 나이로 해냈다면, 더군다나 그 책이 60여년이 흐르는 동안 여전히 마르크스에 대한 가장 중요한 평전의 지위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자 피할 수 없는 난제는 마르크스에 대한 입문자용으로 읽기에는 다소 녹록치 않은 난이도를 지녔다는 점이다. 같.. 더보기
대중문화와 문화실천 - 김창남 | 한울 | 1995 대중문화와 문화실천 - 김창남 | 한울 | 1995 셰익스피어가 그랬다던가? 청춘은 뉘 반항할 이 없어도 반항하는 것이라고…. 살아가면서 결정적인 순간이란 것이 과연 있다면 나는 과거의 어느 순간을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그 기억들이 평생의 짐이 될 것이란 사실을 당시엔 알지 못했으나 그로부터 10년이 흐르고, 다시 20년째를 향해 가고 있는 도중에 돌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공부를 시작했다. 87년에서 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의 열패감들은 낭패한 마음을 넘어 절망에 이르기도 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진보란 인간의 승리였으나 인간에겐 선도 악도 늘 함께 있었으므로 진보가 늘 선의 승리를 의미하진 않았다. 서구에서의 진보는 오랫동안 일직선상에서 사유되었다. 진보는 전진 혹은 후퇴, 정체라는 세 가지 개.. 더보기
동맹 속의 섹스(Sex among allies) - 캐서린 H.S. 문 | 이정주 옮김 | 삼인(2002) 동맹 속의 섹스(Sex among allies) - 캐서린 H.S. 문 | 이정주 옮김 | 삼인(2002) 대부분의 우리 역사를 통해 '조국'은 나를 노예처럼 다루어 왔다. 조국은 내가 교육을 받거나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게 해 왔다. '우리' 조국이란 만약 내가 외국인과 결혼한다면 더 이상 내 조국이 아니다. '우리' 조국은 스스로 나를 보호하는 수단마저 부정하며 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내년 거액의 돈을 남에게 지불하도록 강요한다. 그러고서도 나를 보호할 수가 없어서 ....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나를 또는 '우리' 조국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당신은 내가 공유할 수 없는 성적 본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리고 내가 공유해 오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결코 공유하지 않을 이익을 얻기 .. 더보기
30분에 읽는 프로이트 - 루스 베리 | 이근영 옮김 | 중앙M&B(2003) 30분에 읽는 프로이트 - 루스 베리 | 이근영 옮김 | 중앙M&B(2003) 남들 앞에서 잘난 척 주워섬기기 위해 굳이 이런 류의 책을 볼 필요는 없다. 나의 경험상 적당히 어려운 말 한 두 마디를 하고 난 뒤, 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면 분명 대화 상대는 당신이 실제로 알고 있는 것 이상을 알고 있으리라 믿어줄 테니까 말이다. "30분에 읽는 ~" 시리즈 전편을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돈이 썩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편하게 정리된 요약본을 읽는 유익함이란 것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러는 편이 낯선 길을 헤매는 것보다 확실히 나은 선택이다. 그러니까 이런 책을 본다는 건 꼬시고 싶은 여자 친구를 태우고 드라이브 나갔다가 모르는 길 앞에서 자신있게 아는 척 하다가 땀 삐질삐질.. 더보기
성의 미학 - 진중권, 미와 쿄코 | 세종서적(2005) 성의 미학 - 진중권, 미와 쿄코 | 세종서적(2005) 내가 처음 진중권을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요설스러운 독설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종종 그의 독설이 방향타를 잃었다고 비난 받을 때도(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나 자신이 그렇다고 느껴질 때조차) 그에 대해서는 한 수 접어주고 보았다. 그만큼 그(의 글)에 대해 받은 첫인상이 강렬했기 때문인데 나에게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준 책은 이 책 "성의 미학"이 나온 세종서적의 다른 책 "춤추는 죽음"1.2권이었다. 예전에 알라딘에 짤막한 서평을 올린 적이 있는데(그 무렵엔 500자던가 리뷰에 제한이 붙어서 길게 쓰질 못했지만, 다시 쓰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춤추는 죽음"이 서양미술에 나타난 타나토스(Thanatos)에 대한 책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개.. 더보기
우리 궁궐 이야기 - 홍순민 | 청년사 | 1999 우리 궁궐 이야기 - 홍순민 | 청년사 | 1999 최근 모 계간지(?)에 실린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풍수지리학 혹은 환경심리학의 대가 최창조 선생의 글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 분의 개인적인 견해로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건 말건,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는 행정수도든, 본격적인 천도든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든 아직까지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대목은 아마도 그 글의 일부분이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청와대의 터가 좋지 않아서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가 썩 좋지 않았다. 청와대의 시작은 일제 시대 조선총독의 관저로 이용되면서부터였다. 1945년 일본의 패망 뒤엔 미 군정 장관 하지의 관사였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 '경무대'로 불리다가 4.19이후 .. 더보기
루바이야트 - 에드워드 피츠제럴드 | 민음사(1997) 루바이야트 - 에드워드 피츠제럴드 | 민음사(1997) 오마르 카이얌(Omar Khayyam)은 11세기 중엽 페르시아 동북부 지방 코라싼주의 나이샤푸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나 출생연대는 정확치 않다. 오마르 카이얌이 살았던 시대는 셀주크 투르크 왕조가 문화적으로도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던 시대였다. 기독교인들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차지하고 순례자들을 박해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오마르 카이얌이 언제쯤 숨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교황 우르바누스2세가 처음 십자군을 일으킨 1096년 이전에 숨지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오마르 카이얌의 이름도 정확하게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는 11세기경에 살았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 역사학자, 철학자(당시의 지식인이란 존재를 생각해볼 때 이렇듯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