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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한국시

오규원 - 모습

모습


- 오규원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 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

시인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나에게 이 시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시인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의 육체는 명동 골목 사이로 쏴아하고 불어가는 한 줄기 바람에도 가늘게 흔들렸으므로...
그러나 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 흔들림을...


 


** 교수가 되기 전에 시인이란 생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직업으로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던 당신이었다. 사진, 아니 이미지에 대해 비할 바 없이 높은 안목이 있던 분이기도 했다.(이미지 출처: 문학과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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