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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한국시

이재무 - 제부도

제부도


-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


사랑하는 이에게 작별을 고하면 채 10분도 안 되어 후회가 시작된다. 가득찬 달은 이지러지게 마련이고, 가득찬 사랑은 달과 함께 시든다. 조석의 변화처럼 사랑도 어김없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 사랑하는 이여! 그대와 나의 이별도 당연한 거야. 사랑했으니까 헤어짐이 있는 거야. 헤어졌으니까, 다시 만나야 하는 거고...그거 알아? 시든 달도 다시 가득 차고, 다음에 또 그렇게 제부도 바닷물은 뒤로 물러날 거라고...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 그러니 이별도 영원하지 않다고... 변덕이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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