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Jacqueline Du Pre - The Very Best Of Jacqueline Du Pre(EMI) 어느새 자클린느 뒤 프레가 세상에 온지도 60년이 넘어 버렸구나. 그녀가 살아 있었다면 올해로 만 60환갑이었을 텐데 불행히도 그녀는 지난 1987년 세상을 떠났다. 나는 87년에 대한 몇 가지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상하게 87년은 내게 짙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지도... 아마 97년의 요맘 때였을 거다. 연립이라기 보다는 다세대에 가까운 곳에 나는 원룸 자취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었다. 7년을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남자에게 세상은 220V전기 콘센트에 연결된 110V전구이거나 선풍기이다. 그것은 순간 지독한 빛을 발하거나 맹렬한 속도로 뜨거운 바람을 쏟아내다가 한순간 퍽하고 나가버리고,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다. 세상이 맹렬하게 빛을 내다가 어느 순간 마치 매트릭스의 그 사..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16장.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공자께서 말씀하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 정초에 올해는 『논어(論語)』 공부를 목표로 삼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5월말이 되어서야 「학이(學而)」편 마지막 장을 살펴보고 있다. 처음부터 허언(虛言)이 될 줄 알았다지만, 먼저 말부터 하지 않고서는 그나마 스스로에게 한 약속조차 지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부터 앞세웠으나 그것을 변명삼지는 않겠다. 「학이(學而)」편 첫 번째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더보기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멍드는 문화 인프라 - <인천일보>(2008.07.21.) 멍드는 문화 인프라 최근 인천 시립도서관의 민간위탁운영 문제가 불거져 나와 추진 주체와 반대하는 시민사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위탁대상이 인천문화재단이라니 그나마 시민사회 입장에선 ‘작은’ 다행일지, ‘큰’ 불행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그것이 핵심은 아닌 듯싶다. 이 상황의 진짜 주인공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주창하는 중앙정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새롭게 출범할 때마다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것이 시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사 운영에 효율성을 강화하고, 공무원 감축을 통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지방정부에 대한 예산 지원 및 감축이란 당근과 채찍을 통해 가시적 효과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이것이 5년마다 반복되었고, 결과는 매번 실패였다는 .. 더보기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Dogfight, 1991)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Dogfight) 감독 낸시 사보카 출연 리버 피닉스, 릴리 테일러 제작 1991 미국, 89분 낸시 사보카 감독은 뉴욕 주립대를 졸업하고, 단편 영화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나름대로 인정받는 여성 인디 감독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녀의 영화 중에서 내가 본 것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하룻밤(Dog Fifht)" 한 편에 불과하지만, 이 영화의 잔잔한 시선은 오래도록 날 사로잡았다. 낸시 사보카 감독의 시선 속에 담긴 리버 피닉스는 멋진 반항아도 아니었고, 청춘 스타가 아닌 젊은 배우, 조금은 으쓱대고 싶고, 조금은 내성적인 그런 평범한 청년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이 청춘의 아이돌이나 소녀 팬들의 히어로로서의 리버 피닉스가 아닌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그럴 듯한, 배우.. 더보기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 더보기
선의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운다 - <녹색평론>(2005년 3~4월(통권 81호)) 선의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운다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김동춘 지음| 창비| 2004. 패권인가 생존인가 -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Hegemony or Survival : America's Quest for Grobal Dominance, 2003)|노암 촘스키 지음|오성환, 황의방 옮김 | 까치글방 | 2004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은 책머리에 밝히고 있듯 김동춘(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가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시작될 무렵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국 사회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김동춘은 9.11 이후 이라크 전쟁에 이르며 본격적인 슈퍼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미국이란 거대 제국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전쟁과 시장이란 키워드를 통해 비판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독.. 더보기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란 무엇인가? - <가톨릭대학교 학보>. 2001년 11월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란 무엇인가? 마이너리티(minority)라는 개념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마이너리티리라는 개념 자체가 메이저리티(majority, main stream)라는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때 말하는 마이너리티와 메이저리티는 단순히 수적으로 다수인가, 소수인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성리학에 기반 한 노론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의 군주는 외견상 지존(至尊)의 위치에 있었다고는 하나 신권이 왕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성했으므로 마이너리티일 수 있고, 히틀러가 지배하던 독일에서의 유태인들은 '한 줌의 쓰레기'로 분류되었으나, 샤론 총리 하의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다수자 그룹에 속한다. 또한 일제 치하의 조선에서 우리 민족은 인적 구성으로는 다수.. 더보기
전쟁 대행 주식회사 - 피터 W. 싱어 | 유강은 옮김 | 지식의풍경(2005) 전쟁 대행 주식회사(Corporate Warriors: The Rise of the Privatized Military) - 피터 W. 싱어 | 유강은 옮김 | 지식의풍경(2005) 용병(傭兵, mercenary)이란 말은 남성들에게, 의무병 제도 아래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군대 경험을 하기 마련인 대한민국에서는 특히나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임에 틀림없다. 어느새 10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지만 IMF경제 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때, 꽤 여러 매체에서 다룬 기사 중 하나는 프랑스 외인부대에서 근무하는 어떤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경제위기로 실직한 많은 한국 남성들에게 유행했던 말 가운데 하나는 군에 말뚝 박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직업군인이 되란 것이었고, 이미 군 경험을 .. 더보기
함민복 - 만찬(晩餐) 만찬(晩餐) - 함민복 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 누가 요즘 쓸쓸하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답했다. 하지만 고독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겠노라 했다. 환과고독(鰥寡孤獨)이란 말이 있다. '늙어서 아내가 없는 사람, 젊어서 남편 없는 사람, 어려서 어버이 없는 사람, 늙어서 자식 없는 사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맹자가 했던 말인데 그는 주(周)나라 문왕의 사례를 들어 어진 정치를 베풀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더이상 나는 어리지 않기 때문에 고독하지 않다. 어쩌면 지금 나의 고독은 그런 외부적 환경에 의한 고독이라기 .. 더보기
세계 500대 브랜드 사전 - 토리 차르토프스키 세계 500대 브랜드 사전 (Die 500 bekanntesten Marken der Welt, 2004) - 토리 차르토프스키 | 박희라 옮김 | 더난출판사(2006) 혜화동 대학로로 나와요 장미빛 인생 알아요 왜 학림다방 쪽 몰라요 그럼 어디 알아요 파랑새 극장 거기 말고 바탕골소극장 거기는 길바닥에서 기다려야 하니까 들어가서 기다릴 수 있는 곳 아 바로 그 앞 알파포스타칼라나 그 옆 버드하우스 몰라 그럼 대체 어딜 아는 거요 거 간판좀 보고 다니쇼 할 수 없지 그렇다면 오감도 위 옥스퍼드와 슈만과 클라라 사이 골목에 있는 소금창고 겨울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라는 카페 생긴 골목 그러니까 소리창고 쪽으로 샹베르샤유 스카이파크 밑 파리 크라상과 호프 시티 건너편요 또 모른다고 어떻게 다 몰라요 반체제인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