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문화연구의 이론과 방법들 - 존 스토리 | 박만준 옮김 | 경문사(2002) 문화연구의 이론과 방법들 - 존 스토리 | 박만준 옮김 | 경문사(2002) 우리에게 현실문화연구에서 출간된 "문화연구와 문화이론"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존 스토리의 책 "문화연구의 이론과 방법들"은 문화연구가 실제로 어느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가를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문화연구는 여러 분야의 학문들에 기대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연구에서 논의되는 인물들은 그 자체로 서구의 근현대 사상사를 옮겨온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비롯해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사상가들, 알튀세르, 그람시, 벤야민 등등이 이야기된다. 그 못지 않게 문화연구가 건드리고 있는 분야도 폭넓은데(도대체 어느 것이 문화연구고, 어느 것이 문화연구가 아닌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존 스토리의 이 책은 그 .. 더보기
파워 엘리트(오늘의 사상신서 10) - C. 라이트 밀즈 (지은이) | 한길사(1991년) 파워 엘리트(오늘의 사상신서 10) - C. 라이트 밀즈 (지은이) | 한길사(1991년) 먼저 다음의 문장을 읽어보자. 18세기에 들어와서 역사의 무대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근대사회를 사회구조의 정점에서 권력의 분화라는 뚜렷한 현상이 전개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되었다. 즉, 문관이 권위를 독점, 군사적 강제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반면에 군인의 세력은 제한되었으며 정치적인 중립화를 유지해야 했고 따라서 그 세력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공업화를 이룬 여러 국가에서는 문관 우위라는, 일견 위대하기는 하지만 불확실한 사실이 점차 근본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폴레옹 시대로부터 1차 대전까지의 오랜 평화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 더보기
자살의 연구 - 알프레드 알바레즈 지음, 최승자 옮김 / 청하(1995년) 자살의 연구 - 알프레드 알바레즈 지음, 최승자 옮김 / 청하(1995년) 알프레드 알바레즈의 "자살의 연구"가 국내에 처음 번역소개된 것은 1982년의 일이었다. 우리 사회 전체에 죽음의 분위기가 넘쳐나던 바로 그런 시기에 이 책이 옮겨졌다는 것은 다소 의미심장하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avage God: A Study of Suicide"이다. 말그대로 "잔혹한 신: 자살의 연구"인 셈이다. 얼마 전 나는 게르트 미슐레의 "자살의 문화사"란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린 바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자살 보다는 죽음(Thanatos) 에 대해 좀더 관심이 있고, 공자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삶도 모르거늘 어찌 죽음을 논할 수 있으리요"만 에로스와 타나토스(Eros et Thanatos)는 사실상 한 몸.. 더보기
현장에서 만난 20th C : 매그넘(MAGNUM) 1947~2006 - 매그넘 (지은이) | 에릭 고두 (글) | 양영란 (옮긴이) | 마티(2007) 현장에서 만난 20th C : 매그넘(MAGNUM) 1947~2006 - 매그넘 (지은이) | 에릭 고두 (글) | 양영란 (옮긴이) | 마티(2007) 20세기 최고의 프리랜서 사진가 집단 “매그넘” 『현장에서 만난 20th C』는 “우리는 그들의 사진으로 세계를 기억한다”는 의미심장한 부제를 달고 있다. 선언적 어투로 쓰인 이 말을 만약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진집단이 했다면 아마 우리는 매우 거만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MAGNUM” 사진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 없는 보도 사진가들의 집단이 바로 매그넘이다. 매그넘은 좀체로 넘어서기 어려운 중세의 길드 같다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프리메이슨 같은 비밀스러운 입교식을 치르지나 않을까 싶을 만큼 신비로운 매력을 선.. 더보기
사형 : 사형의 기원과 역사, 그 희생자들 - 카를 브루노 레더 (지은이) | 이상혁 (옮긴이) | 하서출판사(2003) 사형 : 사형의 기원과 역사, 그 희생자들 - 카를 브루노 레더 (지은이) | 이상혁 (옮긴이) | 하서출판사(2003) 끔찍한 연쇄살인마의 얼굴 - 인류(人類)의 자화상 나는 이 책의 구판을 가지고 있는데, 목차와 다른 이들의 리뷰를 보니 내용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최근 나는 사형과 사형제도에 대한 두 권의 책을 연이어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스콧 터로의 책 "극단의 형벌"을 읽기 위한 용도로 다시 읽은 것이다. 스콧 터로의 책이 보다 최근의 사형과 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카를 브루노 레더 (Karl Bruno Leder)"의 이 책은 부제 '사형의 기원과 역사, 그 희생자들' 이 알려주듯 사형과 사형제도의 기원으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습을 역사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사형(死刑, Tode.. 더보기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앙드레 고르는 내게 있어 마르크스 이후 발견한 가장 매력적인 사상가 중 하나였다. 이반 일리치를 계승한 정치생태학자로서 그의 사상은 산업문명 전반을 반추해보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다만 생태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남성(sex)으로써 태어난 남성(gender)'이 여성주의자(페미니스트)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생태주의’를 하나의 실천적 이념(정치)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 모든 문명체계(혹은 문화)를 극복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인간이 되겠다는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앙드레 고르가 평생의 반려였던 도린에게 보낸 사랑의 메시지.. 더보기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 2007)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 2007) 감독 :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각본 : 스티븐 자일리언(Steven Zaillian) 원작 : 마크 제이콥슨(Mark Jacobson) 출연 : 덴젤 워싱턴(프랭크 루카스), 러셀 크로우(리치 로버츠), 클레어런스 윌리엄스3세(범피 존슨) 는 1960년대 월남전이 한창 진행 중인 미국으로 우리를 이끈다. 극장판이 아닌 감독판은 런닝 타임이 3시간에 육박할 정도인데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전혀 지루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같은 조밀한 짜임새와 박진감을 동시에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엔 물론 리들리 스콧의 연출 솜씨가 가장 큰 덕이겠지만 그 밑바탕엔 스티븐 자일리언의 내공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영화 를 각색해 1994년을 그의.. 더보기
로버트 브라우닝 -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로버트 브라우닝 (지은이) | 케이트 그린어웨이(그림) | 정영목 (옮긴이) | 비룡소 | 2006 "나는 피리부는 사나이 근심하나없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 들고서 언제나 웃고 다니지 쿵작작 쿵작~~" 내가 기억하는 한 내 인생의 첫 노래는 송창식의 "피리부는 사나이"였다. 하멜른의 유명한 전설을 책으로 옮긴 것이 있다는 걸 알기도 전에 내게 있어 피리부는 사나이는 "근심하나없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만 있다면 언제나 홀로인 것을 감내한 채 웃고 다닐 수 있는 그런 사내였다. 노래가 날 선택한 것이었을까? 내가 노래를 선택한 것이었을까? 비록 어렸을 무렵이라지만 그 때 노래란 것이 저것 하나만 있었을리 없건만, 유독 기억에 남고, 어린 시절에도 즐겨 따라 부르던 노래가.. 더보기
그래엄 터너 - 문화연구입문/ 한나래(1995년) 문화연구입문 ㅣ 한나래 언론문화총서 16 그래엄 터너 지음 / 한나래 / 1995년 10월 이 책의 원제는 "British Cultural Studies"이다. 그럼에도 그냥 문화연구입문이라고 번역되어 제목이 달렸다. 흔히 문화연구를 이야기할 때 혹은 문화연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모든 용어들은 컨텍스트(context)에 따라 해석되길 희망하는 것들이다. 컨텍스트란 말 자체는 매우 많이 사용되지만 그 자체가 한 마디로 정의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멋대로 이것을 정의하길 "층위와 맥락"으로 본다. 누구도 이렇게 정의하여 사용하는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임을 전제로 하자면 컨텍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맥락 혹은 행간이라 할 수 있는 말이다. "모든 진리는 일정한 현실성.. 더보기
아나키즘 국가권력을 넘어서 - 로버트 폴 볼프 지음/ 임홍순 옮김/ 책세상(1998년) 아나키즘 국가권력을 넘어서 - 로버트 폴 볼프 지음/ 임홍순 옮김/ 책세상(1998년) 내가 어렸을 때 영화는 흑백영화였고, FBI요원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신임을 받았으며 좋은 사람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그리는 FBI요원은 대부분 악당의 모습이다. 예를 들어 대도시의 경찰 지휘본부에 모습을 드러낼 때의 그는 좀더 높은 차원의 내밀한 수사를 한다는 이유로 명백한 정의를 왜곡시키는 방해꾼으로 간주된다. 경찰 역시 악역으로 나온다. 예를 들어 매우 노골적인 영화 람보 시리즈를 생각해보자. 첫 번째 람보 영화인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를 보면, 베트남 전쟁에서 훈장을 받은 참전 용사 존 람보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을 걷다가 지방 보안관 브라이언 데니히에게 체포된다. 영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