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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

無題 1. 내가 한 번도 학자로 살아볼 생각을 하지 않은 까닭, 사회과학이나 경제학, 자연과학을 전공하거나 이 분야의 지식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까닭은 내가 문학을 선택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와 정확히 겹친다. 나는 우유부단하고, 모호한 인간이기에 오래도록 논쟁을 거듭하며 제련되는 결론, 혹은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한 논쟁을 거듭하고, 훈련을 쌓는 일을 싫어한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설령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 결론(논리)을 방어하기 위해 누군가와 논쟁을 벌일 만큼 그 결론을 사랑하지도, 믿지도 않는다. 나는 결론을 믿지 않는다. 학문이 정의를 내리고, 명제를 만드는 동안 문학이나 예술은 말한다(혹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고, 사람이.. 더보기
귀속(歸俗)과 귀속(歸屬) 불교에서는 세상과 인연을 끊고 출가했던 승려가 다시 속세로 돌아가는 것(在家生活)을 일컬어 환속(還俗)이라고도 하고, 귀속(歸俗)이라고도 한다. 생사일대사의 인연을 걸고 용맹정진하여 도를 깨우치겠다는 발심으로 승려가 된 자라 할지라도 속세로 돌아가는 일, 환속이든, 귀속이든, 퇴속(退俗)이든 자유의지로 돌아갈 수 있으며 누구의 허락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슷한 발음인 '귀속(歸屬)'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지금 나는 갑자기 북한산에 오르고 싶지만 도저히 갈 수가 없다. 그곳에서 하늘도 보고 싶고, 추운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서울 시내를 굽어보고 싶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회사에 귀속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수 없으며,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 더보기
재현된 전쟁의 표면과 재구성해야 할 전쟁의 진실 사진가 4인이 바라본 전쟁의 표면 - 성남훈, 이상엽, 이성은, 노순택 2007. 5.2. ~ 6.19(5.24 휴관) 평화공간 SPACE*PEACE 주최: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재현된 전쟁의 표면과 재구성해야 할 전쟁의 진실 영구혁명은 하나의 유토피아지만 영구전쟁은 하나의 현실이다. 1914~1985년 사이에만도 주요한 전쟁을 꼽자면 제1차 세계대전, 모로코전쟁, 스페인내전, 제2차 세계대전, 인도차이나전쟁, 베트남전쟁, 알제리전쟁, 소위 '냉전' 등이 벌어졌다. 전쟁은 언제나 인간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영웅적인 기억과 치욕스러운 기억 그리고 인위적으로 재구성된 기억, 남을 죽이도록 명령받거나 허용된 끔찍한 순간 또는 살인의 면책을 부여받은 순간 등이 뇌리에 잡은 것이다. - 제라르 뱅상.. 더보기
악순환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분노하여 행동에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침묵을 버리고 저항에 나선 뒤 오래 버티어 살아남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은 그렇게 해서 살아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바른 사람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욱 어려운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불의에 휩싸여 있으며 이전보다 더 악해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런 뒤에도 여전히 살아있으며 살아가야 하는 일... 악순환이란 말을 떠올리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일... 더보기
내가 싫어하는 일 세 가지 나는 세상에서 싫어하는 일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누군가를 기다려줘야만 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 같은 일에 대해 두 번 설명하는 일이고, 마지막 하나는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일이다. 앞의 두 가지는 내 성질이 못 되먹어서 그러는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내가 못 나서 그렇다.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08장. 無友不如己者 子曰 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공자가 말씀하길 “군자의 몸가짐이 장중하지 못하면 위엄이 없어지고, 그 학문도 견고하지 못하게 된다. 충성과 신의를 중심으로 행동하며, 자기만 못한 자를 벗으로 삼지 말라.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 『논어』의 「학이」편 8장은 「학이」편 6장 “제자들은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도록 하라. 행실을 삼가하고 믿음이 있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를 가까이 하라. 이를 행하고서 남은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8장의 군자(君子)는 6장의 제자(弟子), 다시 말해 ‘학문하는 자’를 의미하고, “군자의.. 더보기
뉴미디어 시대의 청소년문학- 오늘의 청소년들은 무엇을 읽는가(계간 <청소년문학>, 2006년 가을호) 뉴미디어 시대의 청소년문학 - 오늘의 청소년들은 무엇을 읽는가 들어가며 - 뉴미디어 시대의 신인류, 청소년 우리 젊은이들은 사치를 너무 좋아한다. 그들은 버릇이 없고 권위를 무시한다. 그들은 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며, 교훈 대신 잡담을 좋아한다. 젊은이들은 또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손님 앞에서 떠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그들의 선생 앞에서 횡포를 부린다. 특별히 부연설명을 달지 않는다면 위의 말을 누가, 언제 한 것인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기원전 5세기 경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이 말은 세대갈등이 존재하는 한 수없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표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 더보기
풍소헌(風蕭軒)의 유래 풍소헌(風蕭軒)의 유래 다산 정약용 선생은 "아언각비"라는 책에서 전, 당, 각, 루, 정, 재, 헌 등 각 건물을 구분하는 법을 적었다고 하는데, 이는 신분적 위계질서가 뚜렷했던 조선시대의 궁궐 건축에도 역시 그런 위계와 건축 양식에 따라 부르는 호칭이 각기 달리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전-당-합-각-재-헌-루-정(殿堂閤閣齋軒樓亭)은 그런 위계와 의미, 건축 양식에 따라 다른데, "전"은 궁궐의 건물 중에서도 가장 격이 높은 건물로 왕과 왕비, 전왕비, 왕 어머니나 할머니 등이 공적인 활동을 하는 건물로 세자나 영의정 등은 전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 "당"이란 "전"에 비해 외적 규모는 떨어지지 않을 수 있어도 "전"보다 한 단계 낮은 건물을 일컫는 말로 "전"이 공적인 영역이라면 "당"은 일상적인 생.. 더보기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미완의 시대에…. 내 마음의 모래바람에게 : 세 번째 편지 -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미완의 시대에…. 오늘 아침 회사에 출근해 보니 에릭 홉스봄의 자서전 "미완의 시대"가 도착해 있더군요. 아는 어떤 사람에게 떼써서 얻어낸 책입니다. 어제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기자 세 사람, 학자 한 명, 그리고 이 책 "미완의 시대"를 보내준 친구 한 명을 만나서 '히레사께' 한 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누군가 바람구두는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더군요.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는데, 경험적으로 알게 된 진실 가운데 한 가지는 최소한 저란 사람이 저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그리 관대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어떤 유명한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원근법의 마술은 참으로 대단해서 멀리서 보면 훌륭하.. 더보기
빈곤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1. 절대 빈곤과 상대 빈곤에 대한 접근 사회학(직업사회학)자들은 빈곤을 경제적으로 정의할 것인가, 문화적으로 정의할 것인가를 두고 절대 빈곤과 상대 빈곤이라는 지표를 제공한다. 절대 빈곤은 인간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생계형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가정을 말하고, 상대 빈곤은 경제적 결핍만으로 빈곤을 정의한다는 것은 인간의 필요가 동일하다는 가정을 하는 것인데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그 증거로 제시되는 것이 "가장 소득이 적은 가정도 20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1979년에 비해 1994년에 비디오, 중앙 난방, 세탁기, 자동차, 전화, 냉장고의 이용 인구가 80%가 넘는다)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지표이다. 때문에 빈곤은 문화적으로, 또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