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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

배다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 2007년 07월 06일자 <경인일보> 얼마 전 부산에 갔다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요즘 인천 사람들은 살맛 날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 인천은 송도신도시 건설, 2014 아시안게임, 2009 인천세계도시엑스포, 자기부상열차 시범도시 선정 등 다른 도시 사람들이 들으면 배 아플 만한 뉴스들로 범벅이다. 그런데 막상 인천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최근 인천은 도시재생이란 측면에서 논쟁적인 사건 두 가지가 진행 중이다. 하나는 ‘만국공원 복원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배다리를 관통하는 산업도로’ 문제다. 만국공원 복원 프로젝트는 자유공원에 위치한 맥아더동상과 한미수교백주년기념탑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존스톤 별장과 세창양행 사옥 등 인천의 근대 건축물들을 재현하자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몇 가지 점에서 논쟁적이다. 우.. 더보기
회의는 춤춘다. 그러나 진전은 없다 - 샤를 조제프 라모랄 리뉴 "회의는 춤춘다. 그러나 진전은 없다(Der Kongress tanzt viel, aber er geht nicht weiter)." - 샤를 조제프 라모랄 리뉴(Charles-Joseph, 7th Prince of Ligne, 1735.5.23. 브뤼셀 - 1814. 12.13. 비인)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 - 빈회의 역사상 최초의 근대적 국제회의로 알려진 베스트팔렌조약(Peace of Westfalen, 1648)은 1618년부터 1648년까지 독일을 주요 무대로 신교(프로테스탄트)와 구교(가톨릭) 간에 벌어졌던 ‘30년전쟁(Thirty Years' War)’을 매듭짓기 위해 열린 회의였다. 유럽통합, EU 출범의 기원을 1951년 체결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기점으로 삼는 것이.. 더보기
삶에 감사하며(Gracias a la vida) 삶에 감사하며(Gracias a la vida)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눈을 뜨면 흑과 백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는 두 샛별을 주었고, 높은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내 사랑하는 이를 주었습니다.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밤과 낮에 귀뚜라미와 카나리아 소리를 들려주었고, 망치소리, 터빈 소리, 개 짖는 소리, 빗소리, 그리고 내 가장 사랑하는 이의 그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새겨 넣을 수 있도록 커다란 귀도 주었습니다.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가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소리와 언어, 문자를 주었고, 어머니와 친구, 형제들 그리고 내 사랑하는 이가 걸어갈 영혼의 길을 밝혀줄 빛도 주었습니다. 내게 이토..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09장. 愼終追遠 曾子曰 愼終追遠 民德歸厚矣. 증자가 말하길 “부모의 장례를 정성껏 모시고 먼 조상까지 추모하여 제사를 지내면, 백성의 덕이 두터워질 것이다.” 신종추원(愼終追遠)의 신종이란 부모의 장례에 예를 극진히 하는 것을 말하고, 추원이란 부모의 조상에 이르기까지 오래 되어도 잊지 않고 추모하여 제사를 받드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종교적인 이유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더라도 가까운 사람을 잃고 추모하는 마음을 품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인정(人情)에 해당하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認定)하는 것과 달리 이것이 조상이 아닌 조상신을 받드는 행위로 이해되는 것은 공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매우 억울할 것이다. 공자를 가리켜 세계 최초의 인본주의(人本主義) 사상가라고 하는 이유는 그가 제사지내는 일조차 인간의 일이지 조상신.. 더보기
바나나와 문화다양성 협약 - 2007년 06월 08일자 <경인일보>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공중목욕탕에 다녀온 뒤 동네 슈퍼에서 얻어먹는 바나나우유만큼 달콤한 기억이 또 있을까. 당시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란 노래가 있었던 것처럼 바나나는 당도가 높고, 맛있는 과일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바나나 1개(100g 기준)에는 93Kcal의 열량과 단백질 1.1g, 지방 0.1g, 당류는 22.5g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비만의 요인이 되는 과당은 사과, 포도의 30%에 불과해 다이어트용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밖에도 무기질과 칼륨의 보고이며, 소화에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에 노약자들의 보양식, 아기들의 이유식으로도 즐겨 사용된다. 그런데 이 맛좋은 과일의 대명사인 바나나가 향후 10년 이내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어째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 더보기
우리시대 아버지의 초상 - 2007년 05월 11일자 <경인일보> 2007년 5월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의 트렌드는 재벌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납치사건과 구태여 연관짓지 않더라도 '아버지'다. 지난 4월 배우 송강호를 앞세운 영화 '우아한 세계'의 개봉 이후, 박광수 감독의 신작 '눈부신 날에', 배우 정진영이 출연한 '날아라 허동구', 배우 이대근의 캐릭터를 활용한 '이대근, 이댁은', 장진 감독의 '아들', 최근 개봉 예정인 '성난 펭귄', '마이 파더', '귀휴'까지 8편에 이르는 영화들이 모두 아버지를 주제로 삼고 있다. 바야흐로 아버지 전성시대다. 5월이 가정의 달이므로 가족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된다고 치부하기엔 편수가 너무 많다. 어째서 이 같은 기현상이 빚어지게 된 것일까? 사실 아버지들의 잦은 스크린 외출이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 2004년 개.. 더보기
부평 얼짱 윤주현을 아십니까? - 2007년 04월 13일자 <경인일보> 지난 3월 30일 요미우리와 요코하마의 시즌 개막전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팀이 1-2로 뒤진 4회초 통쾌한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은 홈런 아시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려 이른바 '승짱'이란 애칭까지 얻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지닌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어 순위 1위는 이승엽도, 승짱도 아닌 '부평 얼짱 윤주현'이었다. 부평 얼짱 윤주현이 누구이기에 이승엽의 개막전 홈런 소식을 누르고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평 얼짱 윤주현은 실체가 없는 인물이다. 본인이 그 부평 얼짱이라고 자임하고 나서는 이가 있거나, 설령 부평에 살고 있는 실명 윤주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 검색어 순위에서 1.. 더보기
나의 쌈마이 의식 '쌈마이'란 말은 본래 영화판 용어이다. 우리 문화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일본어 중 하나인데 일본 가부키에 나오는 삼류배우, 시시한 역할이나 하는 배우란 뜻, '삼마이메(三枚目, さんまいめ)'에서 온 말이다. 나는 비난이나 비판보다 칭찬이 더 무섭다. 내가 칭찬을 고대하는 사람이기에 더욱더 칭찬을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나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 모든 일을 두려워한다."守株待兎(수주대토)"란 말이 있다. 송(宋)나라 사람 중에 밭을 가는 사람이 있었다. 밭 가운데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풀숲에서 갑자기 한 마리의 토끼가 뛰어나오다가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농부가 이것을 보고 그 후부터 일도 하지 않으며 매일같이 그루터기 옆에 앉아서 토끼가 뛰어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토끼는 두 번 다시 나.. 더보기
사랑이 아픈 이유 좋아하는 건 조금 덜 좋아하는 다른 것으로 아니면 그것과 비슷한 성질을 지닌 다른 것과 대체될 수 있지만 사랑은 대체불능이다. 그래서... 사랑이 아픈 거다. 전부를 포용하던지 아니면 버리던지.. 그런데 이때의 '버림'은 사실 포기(抛棄)가 아니라 포기(抛己)다. 그래서... 사랑이 아픈 거다. 버린 사람도, 버림 받은 사람도... 더보기
시를 읽는 이유 장정일은 책을 내는 자신을 일컬어 '위조지폐범'이라고 말했다. 8,900원 하는 책 한 권을 내면 인세 10%를 받으니 자신은 890원짜리 지폐를 발행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읽고 보니 맞는 말이라 피식 웃었다. 한국은행이 지불을 보증한 한국은행권의 액면 가치로 환산되긴 하지만 그는 분명히 책 한 권당 890원어치의 가치, 화폐 가치와는 다른 가치를 창출해내는 위조지폐범이다. 얼마전 누군가 나에게 '왜 시를 읽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저 '글쎄'라고 답했지만 오늘 최영미 시인의 신작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시에 포스트잇을 가만히 붙여 나가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나는 강태공이 곧은 바늘로 세월을 낚듯 그렇게 시의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 어부처럼 앉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