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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

2005년의 책과 사건 5 - 월간 <함께 사는 길>, 2005년 12월호(통권 150호) 1. 이건희와 비정규직 노동자 첫번째는 “이건희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상징되는 노동과 자본 그리고 국가의 위기이다. 이와 관련해 강준만의 『이건희 시대─우리는 정말 이건희를 알고 있는가?』(인물과사상사, 8월)와 최장집 외 여러 학자들이 참여한 『위기의 노동─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후마니타스, 3월)을 놓고 고민한 끝에 『위기의 노동』이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노동의 위기,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문제에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접근을 보여준다고 생각해 선정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저변에 흐르는 감정의 기저는 ‘불안’이다. 나, 가족, 민족, 국가라는 정체성이 과도하게 강조되어온 사회에서 국가부도위기는 ‘나’라는 개인의 존립과 정체성 자체를 위협하는 사건이었기에 철부지 .. 더보기
판도라의 호기심을 통해 발견한 희망, 금서(禁書) 판도라의 호기심을 통해 발견한 희망, 금서(禁書) 우리가 흔히 ‘문화’라고 부르는 일상의 공간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지배적 문화가 대중에게 널리 유포되는 장이자, 동시에 이에 대한 대중의 저항이 병존하는 공간이다. 문화(일상)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피지배계급의 다양한 정체성, 저항력과 지배계급의 통합력 사이의 투쟁의 장(battle field)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일상문화란 이와 같이 미시적인 영역에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지배적 문화)와 대중(다중)이 매일 반복적으로 벌이는 투쟁과 타협이 서로 ‘타협적 평형(compromise equilibrium)’을 이룬 결과물이다. 그런 점에서 금서, 혹은 판금도서란 지배계급이 허용할 수 없는 금지된 지식 - 타협적 평형을 붕괴시킬 수도 있을 만한 파괴력.. 더보기
에르빈 롬멜 - "추신 : 리라는 외환 관리 규정에 따라서 환전하기 바라오." 에르빈 롬멜(Erwin Johannes Eugen Rommel, 1891.11.15~1944.10.14) - 추신 : 리라는 외환 관리 규정에 따라서 환전하기 바라오. 사랑하는 루! 전투가 계속해서 격렬해지고 있소. 나는 그것이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난다는 것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소. 베른트가 총통에게 보고하기 위해 떠난다오. 그래서 내가 저축해 둔 2만 5천 리라를 그 편에 동봉하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신의 손에 달려 있소. 아들과 함께 잘 살기를 바라오. 당신과 아이에게 키스를 보내오. 당신의 에르빈 추신 : 리라는 외환 관리 규정에 따라서 환전하기 바라오. * 세계 전사(戰史)를 통해 살펴볼 때 명장으로 이름을 남긴 장군이란 대체로 아군에겐 칭송의 대상이지만 적에겐 두려움의 대상이기 마련이다... 더보기
사랑한 뒤엔...  사랑한 뒤엔 한여름 꽃가슴에도 멍이 남는다 시인 고은의 짤막한 시 중에서 단 두 줄로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이 몇 편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래의 시인데요. 미안하다 나 같은 것이 살아서 오일장 국밥을 사먹는다 어제 제가 만드는 잡지의 편집주간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막판 교정을 마치고 교정지를 필름출력소로 보내놓고 두 사람이 함께 국밥집에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요. 편집하는 이들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건, 적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선생이란 호칭일 겁니다. 어떤 경우엔 선생이라 부르는 것에 부아가 날 만큼 형편없는 글을 보내놓고 나 몰라라 하는 필자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제 경우엔 그래도 비교적 행복한 편집자입니다. 사실 이번호 잡지..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06장. 行有餘力 則以學文 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공자께서 말씀하길 “제자들은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도록 하라. 행실을 삼가하고 믿음이 있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를 가까이 하라. 이를 행하고서 남은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살다보니 느끼게 되고, 알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일류대학 나왔다고 해서 삶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것도 아니며, 지혜가 생기는 것도 아니더라는 사실이었다. 만 권의 책을 읽어도 때때로 허망하며, 세상에 대해 한 가지를 알게 되면 열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많이 알아갈수록 고독했다. 사실 이것은 공자의 삶이기도 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고 하였지만 공.. 더보기
문화망명자로 살아간다는 것 - 6주년에 즈음하여 문화망명자로 살아간다는 것 - 6주년에 즈음하여 " 생각하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로 생각하라. 그러면 당신은 사랑에는 사랑으로서만, 신뢰에는 신뢰로서만 교환하게 될 것이다. 예술을 감상하려고 한다면 당신은 예술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싶다면, 당신은 실제로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사랑을 일깨우지 못하는 사랑을 한다면, 곧 당신의 사랑이 사랑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만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에 의해서 당신 자신을 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무능한 사랑이고 불행이 아닐 수 없다." - K. Marx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아마 그 해 여름도 올해만큼 더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당시 “바람구두연방의..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05장. 道千乘之國 子曰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공자가 말씀하길 “천승(千乘)의 나라를 다스리려면 매사를 신중하게 처리하여 믿음을 얻어야 하며, 쓰는 것을 절약하여 사람을 사랑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그 때를 살펴야 한다.” 때마침 용산4구역의 철거민들이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시점에서 공자의 말씀을 읽는 마음이 착잡하다. 천승지국(千乘之國)이란 말 4필이 모는 전차 1,000대를 운용할 수 있는 규모의 나라, 다시 말해 제법 봉토가 큰 제후가 다스리는 지역을 말한다. 천자는 만승(萬乘)이요, 제후는 천승(千乘), 대부는 백승(百乘)이라 했다. 소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1년에 천 평의 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말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산업혁명이 무르익을 무렵 영국 탄광지역에서 선로가 만들..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04장. 吾日三省吾身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謨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가 말하길 "나는 날마다 세 가지로 스스로를 살핀다. 남을 위해 일함에 있어 진실로 성의를 다하였는가? 벗과 사귐에 있어 신의를 다하였는가? 배운 바를 익히지 아니하였는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공자세가」편에는 공자의 제자가 3천 명에 이른다고 기록되었는데, 그 중에 육예(六藝)에 통달한 이는 72명이었다고 적고 있다. 본래 육예란 공자가 흠모해 마지않던 주(周)나라 시대에 행해지던 교육과목이었는데,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 등 여섯 가지의 기술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기』에서 말하는 육예란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기(禮記)』, 『악기(樂記)』, 『역경(易經)』, 『춘추(春秋)』.. 더보기
21세기 미국의 새로운 기획, 네오콘 프로젝트 21세기 미국의 새로운 기획, 네오콘 프로젝트 - 네오콘 프로젝트 / 남궁곤 편집 / 사회평론 / 2005년 3월 7월 4일/ 내 나라가 영혼을 대기업의 권력에 팔았기 때문에/ 보수주의가 내 나라의 국교(國敎)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들 자신이 자유의 참뜻을 잊었기 때문에/ 그리고 애국심이 현 대통령에 동의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나는 나의 의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 그리고 내 나라를 되찾을 것을. 세계적 문화운동 네트워크인 ‘애드버스터스 미디어 재단’은 지난 2003년 “언브랜드아메리카”란 캠페인을 통해 세계 도처에 존재하는 제국(미국 혹은 미국 문화)에 저항하는 표시로 맥도날드, 나이키, 스타벅스 등의 상점 간판은 물론 같은 신문가판대마다 저항하는 의미에서 검은 점을 남기자는 운동을 벌였다. 애드버스.. 더보기
지금 평택이 의미하는 것 - 월간 <함께 사는 길>, 2006년 7월호(통권157호) 지금 평택이 의미하는 것 과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1년 6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은 제5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이 영화는 1980년대 말 기지촌을 배경으로 주한 미군과 ‘양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창국(양동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의 첫 장면은 미군기지 맞은편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에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고, 미군 공군기지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 소음이 마을의 평온을 깨뜨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을 입구에는 빨간 버스가 있고, 그곳 편지함에는 수취인불명 도장이 선명하게 찍힌 편지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어디에 있을지 모를 사랑을 찾아 편지를 보내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 마을엔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사랑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