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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삶과 작품세계 - <시네21>. No. 597호 “종군기자란 전쟁의 내장을 세계 인류 눈앞에 드러내보이고, 지구상에서 그것을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캐묻는 것이다.” 만약 내가 영화감독이고, 로버트 카파에 대한 전기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연배우로는 앤디 가르시아를 기용하고 싶다. 짙은 검은색 머리칼에 선악을 판별하기 어려운 눈빛, 일자에 가까운 윗입술과 달리 도톰한 아랫입술에 머금은 미소는 보는 시선에 따라 짓궂은 장난기를 숨기거나, 뭔가 교활한 의도를 가장한 듯 보인다. 이것은 로버트 카파의 외면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 1913년 10월22일 앙드레 프리드먼(Andre Friedman, 카파의 본명)은 노름과 거짓말을 즐겁게 오가는 재능을 지닌, 가난한 유대인 재단사 데죄 프리드만과 독실한 유대교.. 더보기
매혹(魅惑; 도깨비 매 / 미혹할 혹)의 재발견 매혹(魅惑)의 매(魅)는 '요괴(妖怪)' 혹은 '도깨비'라 풀이되는 한자입니다. '매'란 중국인들의 전설상으로는 존재했던 가상의 짐승으로 '魅는 사람의 얼굴이지만 짐승의 몸에 네다리를 하고 있는데 사람을 잘 호린다.'라고 설명하고 있지요. 우리가 흔히 백년 묵은 여우, 구미호 같은 것을 지칭할 때 쓰는 한자어가 이른바 매호(魅狐)인데, 이와같이 매'魅'란 본래 노물(老物), 즉 오래된 것의 정령(精靈)을 말합니다. 가끔 외국의 판타지물에 현혹된 이들이 외국의 정령들 이름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마법에 정통해 있거나 그것을 홈페이지의 주요 컨텐츠로 삼은 것들을 볼 수 있는데 그에 비해서 동양의 판타지적인 컨텐츠들 역시 양이나 질이란 점에서 결코 꿀리지 않는데 아쉬움이 좀 있군요. 이 도깨비 매자가 들어가는 말.. 더보기
일기... 중1 때부터 일기를 썼었다. 고2 때까지... 그 뒤로 한동안 일기를 멈췄고 를 열면서 사람들에게 댓글을 달거나 내 글을 쓰며 그걸 일기로 대신했던 거 같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시 읽는 것으로 일기를 대신했던 듯 싶기도... 새로운 시를 읽지 않은 요즘은 일기 대신 트위터 수다로 푸나보다. 못 써요. 그러면.... ^^ 더보기
한미FTA, 그만두기 바라노라 - 2007년 03월 16일자 <경인일보> 한미FTA, 그만두기 바라노라 올 들어 한 달에 한 번꼴로 칼럼 쓰는 날이 다가오면 어떤 주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지 여러 생각들이 난마(亂麻)처럼 갑자기 밀려든다. 몇 가지만 나열해보면 작년 한 해 뜨거웠던 인터넷 UCC 돌풍이 있었고, 창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들이 만든 동영상과 블로그 등 사이버 공간의 저작권 문제가 있다. 최고의 IT강국을 자부하지만 정작 지적재산권 문제 앞에만 서면 오금이 조여드는 대한민국이다. 지적재산권 문제만 하더라도 FTA를 비껴갈 수 없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찬송가나 소책자는 물론 교회 홈페이지의 배경화면, 선교 동영상도 FTA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기독교 음악저작권업체인 기독저작권협회(CCLI)가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 더보기
魂이 없는 명품도시엔 시민도 없다 - 2007년 02월 16일자 <경인일보> 魂이 없는 명품도시엔 시민도 없다 '신은 천국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발명했다. 도시는 인간이 만든 천국'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1945년 해방 무렵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12.9%였으나 1990년을 기점으로 80%대를 넘어 현재까지도 증가 추세에 있다. 1949년까지 전체 국민의 82.8%가 농촌에 거주했으나 1990년대부터는 반대로 그 정도 비율의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한다. 이는 달리 말해 오늘날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의 대다수는 시민이며, 우리 사회에 가장 일반화된 정주 형태가 도시 속의 삶을 의미한다는 걸 뜻한다. 그러므로 도시에 거주하는 다수의 시민들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꿈꾸는 것은 인간이 천국을 꿈꾸는 것 만큼이나 당연하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많은 지자체에서 도시재개발 사업 혹은 .. 더보기
執中無權 孟子曰 楊子는 取爲我하니 拔一毛而利天下라도 不爲也하니라. 墨子는 兼愛하니 摩頂放踵이라도 利天下인댄 爲之하니라 子莫은 執中하니 執中이 爲近之나 執中無權이 猶執一也니라 所惡執一者는 爲其賊道也니 擧一而廢百也니라.- 『맹자(孟子)』, 진심(盡心)편, 제26장 맹자가 이르기를 “양자는 오로지 나를 위한다는 설을 주장하니 한 오라기의 털을 뽑아 천하를 이롭게 하더라도 하지 않았다. 묵자는 겸애하였으니 이마를 갈아 발뒤꿈치에 이르더라도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하였다. 자막은 중간을 붙들었으니, 중간을 취하는 것이 바른 길(진리)에 가까운 것이긴 하지만, 중간만을 붙들고 저울질함이 없으면 오히려 한 가지만 고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가 한 가지만 고집하는 것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바른 길을 해치기 때문이니.. 더보기
문화를 공부하는 이유 - 시대의 책문(策文)에 답하기 위해 문화를 공부하는 이유 - 시대의 책문(策文)에 답하기 위해 제가 어째서 뒤늦다면 뒤늦게 문화라는 공안(公案)을 쥐고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것일까요? 조선 시대 과거 시험의 최종 관문을 일컫는 말이 “책문(策文)”이라고 합니다. 과거 급제의 최종 시험인 책문은 말 그대로 당대의 현안과 고민에 대해 이제 막 세상에 출사표를 던진 젊은 인재들에게 최고통치자가 직접 정책대안을 제시하라고 묻는 시험을 말합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당대의 고민에 대해 최고통치자가 이제 막 출사표를 던진 젊은 도학자에게 직접 그 정책 대안을 묻고 답하는 것입니다. 이제 과거와 달리 공화국에 살고 있는 우리 시대 지식인들에게 최고 통치자는 시민이라 불리든, 대중이라 불리든 또 어떻게 불리든 다수의 개인이 최고통치자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07장. 賢賢易色 子夏曰 賢賢易色. 事父母 能竭其力. 事君 能致其身. 與朋友交 言而有信. 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 자하가 말하기를 “어진 이를 어질게 여기길 마치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듯 하고, 부모를 섬기길 온힘이 다하도록 하며, 임금을 섬길 때에는 온몸을 다 바치며, 벗과 사귈 때에는 말에 믿음이 있도록 한다면 비록 배우지 않았다고 말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 사람이라 할 것이다.” 공자의 제자로 공문10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인 자하(子夏, BC 507~BC 420?)는 중국 위(魏, 山西省)나라 출신으로 본명은 복상(卜商)이다. 특히 시(詩)와 예(禮)에 능하였는데, 공자가 더불어 시를 논할 만하다고 한 일화 “회사후소(繪事後素)”가 있었다. 공자의 사후에는 서하(西河)에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었으며 위나라 .. 더보기
이 모든 무수(無數)한 반동(反動)이 좋다 - 계간 『황해문화』, 2007년 봄호(통권 54호) 권두언 이 모든 무수(無數)한 반동(反動)이 좋다* 버드 비숍여사(女史)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歷史)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歷史)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追憶)이 있는 한 인간(人間)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 김수영, 「거대한 뿌리」 중에서 입춘 지나 따뜻한 남쪽에는 철모르는 목련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는 깊은 밤, 문득 일어나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를 읽는다. 시인 김수영(金洙暎, 1921. 11. 27~1968. 6. 16)은 밤새 술을 마시고 깨어나는 아침, 뱃속으로 시냇물이 졸졸 흘러가는 그 느낌을 사랑했던 시인이었다. 그는 공복상태에서 오는 정신의 맑음, 답답했던 머릿속을 헤집고, 맑은 물.. 더보기
바람구두가 선정한 2006년의 책 - 월간 <함께사는길>, 2006. 12월(통권162호) 바람구두가 선정한 2006년의 책 (2005. 10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우리에게 2006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그 질문에 답하기 전, 우리는 잠시 20년 전의 오늘을 떠올려보는 것이 좋겠다. 1986년은 아시안게임이 있던 해이고, 한동안 “86, 88”은 번영을 이룩해줄 마법의 주문이었다. 그 시대의 우리들은 지금보다 암울했을까? 이 무렵 한국의 노동자들은 주당 52.4시간 노동으로 세계1위를 차지했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미국의 전폭기들은 리비아의 트리폴리와 벵가지를 폭격했고, 소련에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7월에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 터졌다. 과거를 기억하는 서로 다른 방식 양극화와 비정규직의 양산, 정치개혁실패가 잇따르면서 권위주의 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