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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마스터 키튼 세트(1~18) -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가쓰시카 호쿠세이 스토리 | 대원씨아이(2004) 마스터 키튼 세트(1~18) -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가쓰시카 호쿠세이 스토리 | 대원씨아이(2004) "우라사와 나오키"란 이름은 9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일본의 만화작가이다. 내가 우라사와 나오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파인애플 아미(Pineapple Army, 1986)"를 통해서 였다. 이 작품에서 "파인애플"의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파인애플이란 미국식 그레네이드(수류탄)의 별명이란 거다. 이 작품을 보면서 처음에 굉장히 낯설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무렵 소개되던 일본 만화의 거의 태반이 아동만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들인데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그림체 또한 당시 만화선들보다 다소 굵고, 거칠고 인물 캐릭터 묘사도 예쁘다기보다는 평.. 더보기
최승희 - 정수웅, 눈빛(2004) 최승희 - 정수웅, 눈빛(2004) 『최승희 -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어느 무용가의 생애와 예술』이란 책은 내가 아는 한 국내에서 출판된 책 중 가장 호화로운 책 가운데 하나다. 우선 겉 표지 그렇고, 겉표지를 벗겨낸 뒤 바라본 양장본 속표지가 그렇다. 자줏빛 장미가 새겨진 비단천(물론 비단천은 아닐테지만)으로 속을 감싸고 거기에 책등엔 금박으로 제목이 아로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무용가 최승희에 대한 평전 성격으로 생각하여 구입한다면 약간 후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역사비평사에서 나온 "이정 박헌영 일대기"처럼 평전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자료집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사진전문출판사인 "눈빛"에서 출간된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인 듯 싶다. 이 책은 다큐멘터.. 더보기
한국 액션영화(살림지식총서 44) - 오승욱 | 살림(2003) 한국 액션영화(살림지식총서 44) - 오승욱 | 살림(2003) ▶ 고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시집 한 권에 1,500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야 그 시절보다 더 저렴했던 시절도 있었을 테니 두 말하면 입 아픈 얘기다. 요새 시집 한 권에 얼마더라... 하고 살펴보니 한 권에 6,000원 정도 한단다. 이번에 살림지식총서 중 예술 분야로 묶인 10권들이 한 세트를 구입했다. 정가대로하면 33,000원이다. 물론 인터넷으로 구했으니 가격은 더 저렴해진다. 어쨌든 이 한 권의 정가는 3,300원이다. 시집이랑 판형이 똑같고, 쪽수도 100쪽 안팎으로 손에 잡히는 느낌도 똑같다. 이 책은 주제가 재미있어서 먼저 읽게 된 책이다. 제목하여 "한국 액션 영화"다. 액션 영화라... 액션영화는 비디오 가게.. 더보기
진달래꽃 - 김소월 | 민음사(1977) 옷과 밥과 자유 공중에 떠다니는 저기 저 새요 네 몸에는 털 있고 깃이 있지 밭에는 밭곡식 논에는 물베 눌하게 익어서 숙으러졌네 초산(楚山)지나 적유령(狄踰靈) 넘어선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 나는 소월 김정식의 시를 가슴 깊이 절절하게 느껴본 적이 몇 번 없었다. 그러니까 최근 그의 시들을 다시 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니까 나의 시 감상이란 것은 대개 좀더 직접적으로 분출되는 어떤 정서적인 것에 기댄 바가 컸던 것이다. 조용필이란 가수를 알기 위해서 내게는 좀더 나이 듦의 시간이, 위스키가 참나무통 안에서 숙성해 가듯 탄닌과 기타 성분이 참나무통이란 숨쉬는 공간 안에서 숙성해가는 것처럼 인간의 영혼을 가두고 있는 육신의 참나무 통도 그렇게 갇힌 듯 숨쉬며 숙성해 가는 공간이 바로 삶의.. 더보기
Into the Celtic Folk - Various Artists | EMI(2005년 9월) Into the Celtic Folk - Various Artists | EMI(2005년 9월) 고대 유럽의 정복자였던 켈트인들은 신발을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그들이 남긴 유물 가운데는 신발 모양으로 제작된 상징품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아마도 그들 자신이 오랜 세월 떠돌아다니며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오랫동안 조상일지도 모른다고 배워온 유목민족인 우랄알타이어족이 낯선 만큼 서구 유럽인들에게도 실질적으로 켈트인들은 그만큼 낯선 종족이어야 맞다. 하지만 그들에게 켈트인 혹은 켈트적인 것은 낯설지 않은 듯 보인다. 우선 켈틱이라는 것이 지역적으로는 아일랜드의 전통 속에 살아있다고 믿는 탓이고, 이들은 18~19세기 아일랜드의 대기근 등 대체로는 가난 때문에 신대륙으로.. 더보기
바나나 피시 Banana Fish - 요시다 아키미 | 김수정 옮김 | 애니북스(2009) 바나나 피시 Banana Fish - 요시다 아키미 | 김수정 옮김 | 애니북스(2009) "바나나 피쉬"란 만화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우연히 알게 된 모 사이트의 (현재는 역사 선생님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운영자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닉네임이 애쉬(Ash)였다. 영어 '애쉬'는 타다 남은 재란 뜻과 물푸레나무란 뜻이 있다. 그가 사용하는 애쉬는 만화 "바나나 피쉬"의 애쉬 링크스였다. 전에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공중화장실과 목욕탕을 제외하고 문화의 장르 분화에서 만화처럼 확실한 성(性) 구분이 있는 것도 드물다. 아무리 잘된 순정만화라도 어지간해서 남성들이 보는 일은 드물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장르 역시 남성 만화 애호가들의 그것과는 구분된다.. 더보기
그리스로마 신화사전 - M.그랜트 | 김진욱 옮김 | 범우사 『그리스로마 신화사전』 - M.그랜트 | 김진욱 옮김 | 범우사 “로고스와 뮈토스는 말의 양면이며, 양자 다같이 정신생활의 기본적 기능이다. 논증으로서의 로고스는 올바르고 논리에 닿을 경우는 진실이지만 뭔가 속임수가 있을 경우는 허위가 된다. 그러나 뮈토스는 오로지 뮈토스 외에 아무 목적도 없다.” - 피에르 그리말 ▶ 그리스로마신화의 계보도 사실 신화가 우리에게 중요한 무엇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우리 국내의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극히 최근 십여년의 일이다. 80년대말 90년대 초엽까지 우리는 민주화 문제에 전념하고 있던 상황인지라 신화 이야기는 어딘가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쯤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고, 그저 교양의 일부를 이루기 위해 읽어두어야 할 무엇으로 간주되었다. 내가 정확히 그 .. 더보기
블로그 - 레베카 블러드 | 정명진 옮김 | 전자신문사(2003) 『블로그』 - 레베카 블러드 | 정명진 옮김 | 전자신문사(2003) 웹로그 탄생 10주년 2007년은 인터넷, 웹, 사이버공간의 역사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10년이다.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뒤이어 수소폭탄을 개발할 때까지도 미국은 자신들이 세계를 주도해나가는 우위의 군사력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뒤이어 소련이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1957년 10월 4일엔 미국보다 앞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까지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미국은 우주를 제압당했다는 공포와 소련이 발사에 성공한 로켓에 대륙간핵탄두미사일(ICBM)을 이용해 선제공격을 가해올지도 모른다는 이른바 ‘스푸트니크 공황’에 빠졌다. 1958년 미국 국방부는 소련의 선제 핵공격 뒤에도 살아남아 보복공격을 가할 .. 더보기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 최규석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4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 최규석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4 테르미도르와 순정만화 "김혜린!"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왜 저자도 아닌 "김혜린"인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현대적인 만화의 등장을 사람들은 1909년 6월 2일에 창간된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한칸 만화를 꼽는다. 그로부터 한동안 한국엔 만화가 없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여유자적(?)하게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아니, 그것을 출판할 수 있는 여력이 되었을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어째서 만화가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 기간의 우리 민족의 모든 예술이 굴절되었듯 만화 역시 굴절 혹은 단절의 길을 걸어야 했다. 우리 만화가 다시 일선에 등장하게 된 것은 해방 이후 "라이파이"의 작가 김용환.. 더보기
요절 - 조용훈 | 효형출판(2002) 『요절』 - 조용훈 | 효형출판(2002) ◀ 이중섭 "요절(夭折)" 짧게 끊어서 발음해본다. 단지 두 음절에 불과하다. 그러나 입 속 어딘가를 베어문 것처럼 찌릿한 피맛이 살며시 배어나온다. 이 단어에서는... 어릴요(夭)자는 아이가 머리를 가누지 못하고 뒤로 살며시 젖혀진 모습을 형상화한 한자다. 아직 하늘 아래 제 머리를 제대로 가눌 수도 없을 만큼 어린 사람의 꺽어짐. 그것이 요절의 순수한 의미다. 아직 어릴 때 꺽이는 것, 그것이 요절이다. 얼마전 나는 한 어린 친구에게서 "나, 다음에 만나면 구두에게 지금 구두가 가진 꿈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어졌습니다."란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아주 먼 이방의 낯선 땅을 영원히 떠도는 순례자를 흠모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이란걸 내 오늘날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