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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TAKEHIKO INOUE) | 대원씨아이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TAKEHIKO INOUE) | 대원씨아이 1994년의 어느 겨울, 나는 세 명의 친구와 함께 롯데월드로부터 올림픽공원까지 걸었다. 우리 세 사람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87년 이후 세 사람이 살아간 삶의 방향은 각기 달랐다. 그 무렵 TV에선 『마지막 승부』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었고, 갓 발견된 "심은하"라는 앳된 얼굴의 탤런트는 장안의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다. 『마지막 승부』가 방영되던 시절. 나와 그 두 친구는 뭔가 쓸쓸했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무엇도 확실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나이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확실치 않은 것 가운데는 오랫동안 신념으로 삼아왔던 무엇이 사라진 뒤에.. 더보기
팜므 파탈 : 치명적 여인들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 이명옥 | 시공아트(시공사) | 2008 『팜므 파탈 : 치명적 여인들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 이명옥 | 시공아트(시공사) | 2008 인사동 미술갤러리 사비나의 관장 이명옥의 책 "팜므 파탈"은 이중적 재미를 제공한다. 하나는 요녀(妖女)의 이미지로서 팜므 파탈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주고, 다른 하나는 19세기 사진술의 출현 이후 일정 부분 그 위치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서구 신사들의 점잖은 포르노물(?)들을 대거 눈요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조금이라도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인간의 누드가 예술이 된다는 점에, 여기에 도덕적 금기를 들이미는 것은 창작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거기에 약간의 의문을 들이대고 싶다. "당신은 언제부터 그렇게 느꼈나?"하고 말.. 더보기
한국 근대 작가 12인의 초상 - 이상진 | 옛오늘(2004) 『한국 근대 작가 12인의 초상』 - 이상진 | 옛오늘(2004) 대학에서 나는 1년간 김병익 선생에게 배운 적이 있었다. 개설된 과목 이름조차 기억이 희미하지만, 당신이 졸업을 앞둔 우리들에게 내어주었던 과제명만큼 확실히 기억한다. 그것은 "왜 글을 쓰는가?"하는 것이었다. 늘 그렇지만 "왜?"라는 질문은 "어떻게?" 혹은 "누가?"란 말로 시작되는 질문보다 어렵다. 그것은 "왜?"라는 질문이 대개는 근원에 대한 정직한 성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솔직(率直)과 정직(正直)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전적인 의미에서라면 이 둘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좀더 파고 들어갔을 때 "거느릴 솔"에는 '경솔하다, 신중하지 못하다, 대강, 대체로, 보기 좋다' 의 뜻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보기
전쟁의 탄생 : 누가 국가를 전쟁으로 이끄는가 - 존 G. 스토신저 | 플래닛미디어(2009) 『전쟁의 탄생 - 누가 국가를 전쟁으로 이끄는가』, KODEF 안보 총서 15 - 존 G. 스토신저(John G. Stoessinger) | 임윤갑 (옮긴이) | 플래닛미디어(2009) 전쟁 종전일이 아닌 전쟁 발발일을 기념하는 기묘한 국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한동안 전쟁을 먼 나라, 남의 이야기처럼 여겨왔던 오만의 결과일까.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했던 2010년 한 해 동안 전쟁의 기운이 검은 안개처럼 한반도에 스며드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누가 왜 국가를 전쟁으로 이끄는가?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학자로 연구에 전념해왔고, 의 편집자로 국제연합(UN)에서 정치국 국장으로 활동하며 현장 경험도 풍부하게 쌓았던 존 G. 스토신저(John G. Stoessinger)의 『전쟁의 탄생 - 누가.. 더보기
청년아 너희가 시대를 아느냐 - 민윤식| 중앙M&B(2003) 『청년아 너희가 시대를 아느냐』 - 민윤식| 중앙M&B(2003) 내가 소파 방정환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산5번지, 지붕엔 루핑천을 두른 만화방에서의 일이었다. 이 동네는 조세희 선생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도 나오는 것처럼 청계천이 복개되면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이주하여 살게 되었다는 광주,성남 등지에 살던 사람들이 하나둘 새롭게 이주하여 터를 잡고 살아가는 변두리 동네였다. 비오는 날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고무 장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받아들여지는 동네였다. 비만 오면 진구렁으로 변하는 마을 길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이라도 서울이라 할 수 없는 시골 촌구석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고, 어머니는 가까운 공장에 나가거나 아니면 집으로.. 더보기
재즈를 찾아서 - 성기완 | 문학과지성사(1996) 『재즈를 찾아서』 - 성기완 | 문학과지성사(1996) "성기완"이란 저자명을 넣고 검색했더니 너무 많은 책이 떠서 깜짝 놀랐다. 그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 "쇼핑 갔다 오십니까?","유리이야기"를 펴낸 시인이자, 음악 분야에 여러 글들을 쓰고, 책을 낸 저술가이자, 동시에 록밴드에 직접 참가하고 있는 뮤지션이자, 또한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호치민" 편 등을 번역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그의 번역 작업엔 만화책 "아스테릭스"를 비롯해서 재즈 아티스트 "마일즈 데이비스"의 자서전 등도 포함된다. 다방면으로 재주가 뛰어난 사람인 건지, 돈이 궁한 건지(이런 불경스런 어투하곤)는 모르겠지만 직접 만났을 때의 느낌으론 짙은 눈썹에 크지 않은 눈, 펑퍼짐한 코에 약간 장발, 그리고 한쪽 귀에만 달린 귀걸이가 어쩐지.. 더보기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 이광주 | 한길아트(2001)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 이광주 | 한길아트(2001)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책에 대한 없던 애정이 샘솟거나 서재를 좀더 잘 꾸리게 되진 않을 게다. 지난 2004년 국민 1인당 독서량 6권 내외였다고 한다. 최악의 경기침체니, 불황이니 떠들 때마다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리게 되는 곳이 출판사들인 걸 생각해보면, 지난 해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실제로 몇몇 메이저 출판사들은 나름대로 매출 증대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이광주 선생의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은 책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교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광주 선생 자신이 "대학사"라는 뛰어난 저작을 남긴 학자이면서 또한 책에 관한 문필가로서 명성을 남긴 인물인 만큼.. 더보기
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 김두식 | 교양인(2004) 『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 김두식 | 교양인(2004) 개인적으로 지난해(2004년) 책을 통해 알게 되고, 만나게 된 저자 혹은 사람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인물을 꼽자면 한동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두식 선생을 꼽아야겠다. 해마다 반복되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많은 일이 일어났던 지난 한 해였지만 가장 많은 이들이 사건 1위로 꼽은 것은 대통령 탄핵 사태였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기각처분은 민주주의란 곧 법에 의한 통치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그러나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이란 논리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리자 우리는 헌법을 새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우리 정치권이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논쟁.. 더보기
김민수의 문화디자인 : 삶과 철학이 있는 디자인 이야기 - 김민수 | 다우출판사(2002) 『김민수의 문화디자인 : 삶과 철학이 있는 디자인 이야기』 - 김민수 | 다우출판사(2002) 1. 8.15는 누구를 위한 해방이었던가? 지난 총선이 있기 얼마 전 민족문제연구소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으로 계신 문학평론가 임헌영 선생을 뵈었는데, 임헌영 선생님은 참 변치 않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다. 머리 위에 서리가 내렸다는 걸 제외하면 당신은 지금 물리적인 나이로 청년인 사람들보다 더 푸른 청춘이셨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우리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얼마전 누더기로 통과된 친일진상규명법과 친일인명사전 편찬과 관련한 예산을 국회가 삭감한 일 때문이었다. 그날 임헌영 선생은 1945년의 8.15를 해방이니, 광복절이니 하는 명칭 없이 그저 '8.15'라고 부른다 하셨.. 더보기
한형석 - 웰컴 투 마이 텐트 / 중앙books(2008) 『웰컴 투 마이 텐트』 - 한형석/ 중앙books(2008) 『논어(論語)』의 「爲政(위정)」편에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그 뜻을 확고히 세웠으며, 마흔에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아니 하였고, 쉰에 하늘이 내린 뜻을 알았고, 예순에는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게 되었고,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르더라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子曰十有五而志干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從心所欲 不踰矩)”라는 말이 있다. 그로부터 동양에서는 나이 열다섯을 지학, 서른을 가리켜 이립(而立), 마흔을 불혹이라 부르게 되었다. 요즘의 기준으로 나이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기도 어렵지만, 나이 서른에 뜻을 세워 확고하게 섰다고 말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