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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올리버 스톤 - 살바도르(Salvador) 살바도르 (Salvador) 감독 : 올리버 스톤 출연 : 제임스 우즈 제작 : 1986 영국, 미국, 122분 올리버 스톤의 실질적 감독 데뷔작 올리버 스톤의 감독 데뷔작은 1981년의 공포영화 이었지만, 그를 할리우드의 이단아, 숨겨진 뇌관으로 만든 데뷔작은 였다. 이 영화가 중요한 것은 그가 앞으로 펼쳐나갈 작업들과 그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문제작이었기 때문이다. 올리버 스톤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들을 조망함으로써 가장 미국적인 감독이자, 미국적이지 않은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올리버 스톤은 미국 현대사의 명암을 정공법으로 파고드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그가 처음부터 그런 감독은 아니었다. 그의 데뷔작인 은 컬트적인 구성이 돋보이긴 했으나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나.. 더보기
한대수 - 물 좀 주소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1987년 그의 노래들이 해금된 이후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한대수는 여전히 가수라기 보다는 기인적인 풍모,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일반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가수는 아니었다. 아마도 그런 까닭에 가수로서 활동한지 30년이 지난 2001년 10월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두 번째 콘서트를 열 수 있었으리라. 머리에 꽃을 꽂은 청년이 초로의 중년이 될 때까지 한국에서 머리에 꽃을 꽂은 사람은 그저 미치광이였을 뿐이다. LP시절 만났던 그의 첫 앨범을 CD로 다시 만났다. 청년 한대수의 노래를 당신에게 권해본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여 나의 목을 간질여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난 가겠소 나는 가겠소 저 언덕 위로 넘어가겠소 여행 도중에 처녀.. 더보기
20세기의 역사 - 마이클하워드. 로저루이스 외 | 차하순 옮김 | 이산(2000) 20세기의 역사 - 마이클하워드. 로저루이스 외 | 차하순 옮김 | 이산(2000) 이 책은 지난 1998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에서 를 번역한 책이다. 이런 류의 책들에 대한 독후감을 하기 위해서는 무척 많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유는 일단 책 자체가 다루고 있는 하중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분량 역시 만만치 않은 탓이 크다. 일단 그 묵직함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차를 보여주는 것이다. 목차는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로드맵이자, 그 책의 구조를 보여주는 가장 합리적인 설계도인 셈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복 출판의 악명이 높은 곳이라면 목차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진다. 만약 같은 책이 중복 출판되었는데 그 중에서 좀더 좋은 책을 고르고 싶다면 우선적으로 목차를 자세히 살펴보.. 더보기
벌거벗은 여자 - 데스몬드 모리스 |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2004) 벌거벗은 여자 - 데스몬드 모리스 |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2004) 영국 최초의 미술학과 교수였던 존 러스킨(John Ruskin)은 29세에 결혼했다. 그와 그의 아내는 당시 관습에 따라 상당 기간의 연애 기간을 거쳐(약혼을 포함해서) 결혼한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러스킨은 미술에 상당히 조예가 깊어 고대의 대리석 조각과 회화 등을 통해 여성의 신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잘 알고 있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성의 벗은 몸에 대해 나름대로 잘 알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심미적 관점에서 여성의 육체를 즐길 줄 알았다. 러스킨의 아내는 결혼 얼마 뒤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이유는 남편인 러스킨이 섹스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더러 그 자신과 관계를 갖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더보기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권혁범, 삼인(2004)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권혁범, 삼인(2004) "무인도를 꿈꾼다"는 말 속에는 단지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말은 아닐 게다. 그 말엔 존 레논의 소박한 무정부주의 찬가 "Imagine"의 노랫말처럼 도달해야 할 이상으로서의 "천국"도, 딛고 올라서야 할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려 오는 "지옥"도, 우리를 옭죄는 "국가"도, 탐욕을 부추기는 "소유"도 없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담고 있다. 나 하나쯤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해서 세상에 종말을 고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기에 일탈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경우에만 아름답고, 즐거운 상상일 수 있다. 그 누구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공안기관 요원들에게 끌려가 욕조물을 흠씬 들이키다 목이 눌려 죽고 싶어하지 않는다(.. 더보기
야만의 시대 - 김성진/ 황소자리(2004) 야만의 시대 - 김성진/ 황소자리(2004) 세계의 분쟁지역에 대한 괜찮은 브리핑 "야만의 시대 - 영화로 읽는 세계 속 분쟁"에는 칭찬할 점과 비판할 점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이 책의 제목 "야만의 시대"는 좀 손쉽게 붙은 제목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이 분명 전쟁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야만의 시대"라는 거창한 제목에 부응할 만한 심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선 오히려 부제 '영화로 읽는 세계 속 분쟁'이 제목에 좀 더 어울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대개 "세계의 분쟁"이라고 하지 않나? 세계 속 분쟁이라고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것이 이 책을 받아든 순간 들었던 첫번째 의문이다. 저자인 김성진, 동덕여대 교수인 그는 연합통신 외신부 기자를 거쳐 시사저널, 중앙일.. 더보기
위대한 남자들도 자식때문에 울었다 - 모리시타 겐지 | 양억관 옮김 | 황소자리(2004) 위대한 남자들도 자식때문에 울었다 - 모리시타 겐지 | 양억관 옮김 | 황소자리(2004)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겠는가"하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면 공식적으로 드러난 생활들 말고, 사생활의 일면을 보여주는 책들은 어떤 한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 관계가 부부관계와 같이 보다 내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아주 사생활에 속하는 부분도 아니라고 하겠다. 우리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가 선천적으로 장애(중증 뇌장애)를 가진 아들 히카리(일본말로 '빛'이란 뜻)에게 정성을 기울여 작곡가로 키워낸 이야기와 같은 사례는 지금도 우리들의 귀감이 된다. 그러나 루마니아 출신의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가 당대의 거장으로 .. 더보기
다카하시 신 - 최종병기 그녀 최종병기 그녀 다카하시 신을 아는 만화 매니아들이 많을 텐데,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을 덧붙이는 것은 약간 우스운 일이 될까? 가끔 남성성, 여성성을 논하는 자리에서 남성성은 이렇다, 여성성은 이렇다고 거칠게 규정하거나 규정당할 때 약간 마음이 아파질 때도 있다. 가령,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 아니듯, 내가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왕따 당하는 느낌을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 점에서 페미니즘 역시 선택적 사고라는 것은 일견 불행하면서 다행한 일이다. 가령, 난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선뜻 말하지 못하지만 그 대의에 너무나 동의한다. 그런데 그런 문제는 넘겨두고라도 남성성, 여성성이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글쎄, 최소한 만화책을 .. 더보기
떠돌이 개 - 가브리엘 벵상, 열린책들(2003) 떠돌이 개 - 가브리엘 벵상, 열린책들(2003) 김중식의 시집 에는 "식당에 딸린 방 한 칸" 이라는 다소 장황한 제목의 시 한 편이 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시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나는 세상의 끝에 대해/ 끝까지 간 의지와 끝까지 간 삶과 그 삶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귀가할 때마다/ 하루 열여섯 시간의 노동을 하는 어머니의 육체와/ 동시 상영관 두군데를 죽치고 돌아온 내 피로의/ 끝을 보게된다 돈 한푼 없이 대낮에 귀가할때면/ 큰길이 뚫려 있어도 사방이 막다른 골목이다" 대학에 입학하던 해 나는 정확하게 20년간 헤어져 살던 어머니와 처음 대면했다. 그 이전 내 기억 속의 어머니는 3살 때, 그리고 국민학교 1학년의 기억 속에 단 두 번 그렇게 남아.. 더보기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 문화학교서울 지음, 문화학교서울(1995)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 문화학교서울 지음, 문화학교서울(1995) 요새 소장함을 들춰보며 이것저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문득 란 책에 눈길이 머물렀다. 아, 1995년 무렵 나는 무얼하고 있었지? 하는 생각에 그 무렵의 일기장을 열어보았다. 나는 매년 일기장에 제목을 붙이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데, 1995년의 일기 제목은 "또 다른 별에서 한 세상을 살고 있는...나!"였다. 아, 너무 비웃지들 마시라. 나는 저무렵 아직 20대 중반에 불과했다구.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무척 아팠었다. 졸업여행 때부터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하더니 졸업한 뒤 거의 6개월 가량을 누워서 지내야 했다. 문제는 허리였는데, 아픈 곳은 머리였다. 졸업한 뒤 아무 하는 일없이 빈둥거리는 백수 생활을 한다는 거, 게다가 기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