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자발적 가난 - E. F. 슈마허 외 지음 |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 이덕임 옮김 | 그물코(2010) 자발적 가난 - E. F. 슈마허 외 지음 |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 이덕임 옮김 | 그물코(2010) 환경과 생태를 전문분야로 하고 있는 그물코에서 지난 2003년에 펴냈던 책 『자발적 가난-덜 풍요로운 사람이 주는 더 큰 행복』을 재출간했다. 내가 알기로는 이번이 세 번째 개정판 같은데, 흔히 소개되고 있는 것처럼 생태학의 태두라 할 수 있는 E.F.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 한 사람만의 글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자발적 가난』은 골디언 밴던브뤼크가 편집한 것으로 “Less is more(결핍이 오히려 많은 것이다)”라는(본문에서는 “적은 것이 오히려 많다”고 번역하고 있지만)라는 슈마허의 생태적인 명제(?)를 중심으로 많은 이들의 - J.K.갤브레이스, 이반 일리.. 더보기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우장춘 박사 일대기) - 쓰노다 후사코 | 오상현 옮김 | 교문사(1992)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우장춘 박사 일대기) - 쓰노다 후사코 | 오상현 옮김 | 교문사(1992) '우장춘 박사'란 이름 석자를 떠올리면 머리속에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건 '씨없는 수박'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오랫동안 그렇게 암기되었기 때문이다. 선입견이란 건 그래서 무섭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쓰노다 후사코는 우장춘 박사가 씨없는 수박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수박을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은 일본 교토대학의 기하라(木原均)임에도 불구하고 우장춘 박사라고 한국인들은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우장춘 하면 '씨없는 수박', '씨없는 수박'하면 우장춘이라고 하면서, 이 수박은 늘 그와 일체가 되어 거론되고 있다. 일반 대중은 우장춘을 '씨없는 수박'의 개발자로 믿어 의심.. 더보기
예술의 비인간화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 미진사(1988) 예술의 비인간화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 미진사(1988) "나는 단순히 난파자(難破者)의 사상을 믿는다. 나는 난파한 극적인 밑바닥에서 태어난 사상을 믿는다."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15~16년 전의 나는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어떤 인간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그가 "대중의 반역"이라는 중요한 고전을 토해낸 스페인 출신의 학자라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고, 당시엔 민중의 개념(정치적으로는 평등을 좀더 중요한 개념으로 생각하는)이 머리 속에 제법 확고하게 들어있었으므로 가세트의 이 책들도 그와 관련된 무슨 책들이 아닐까 싶어 구입한 것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코미디에 가까운 구입동기이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대표적인 반대중주의, 반민중주의의 기수격인 사람으로 엘.. 더보기
비잔티움 제국사 324-1453 | 게오르크 오스트로고르스키 | 김경연 한정숙 옮김 | 까치글방(1999) 비잔티움 제국사 324-1453 | 게오르크 오스트로고르스키 | 김경연 한정숙 옮김 | 까치글방(1999) 천년제국 : 비잔티움 324-1453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역사 공부를 즐기는 편이다. 그간 역사를 공부하면서 내가 깨우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제국은 스스로의 힘을 파악하지 못할 때 가장 강성하고, 경계를 세우는 순간부터 몰락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종말론적인 기독교에서는 종종 천년왕국의 도래를, 불교의 미륵신앙처럼 이야기한다. "천년왕국"은 "신약성서"의 '요한의 묵시록' 제20장에 적힌 문장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최후의 심판이 있기 전에 그리스도가 지상에 재림하여 1,000년간 통치한 뒤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해석이다. 신앙으로서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그 '천년'.. 더보기
자발적 복종 -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 | 박설호 옮김 | 울력(2004) 자발적 복종(Discours de la Servitude volontaire) -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 | 박설호 옮김 | 울력(2004) “여기서 나는 다만 하나의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이려고 한다. 과연 어째서 그렇게 많은 마을과 도시, 그렇게 많은 국가와 민족들이 독재자의 전제정치를 참고 견디는 일이 항상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독재자는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부여한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민들이 그를 참고 견디는 만큼, 독재자는 그들에게 동일한 정도의 해악을 저지른다. 따라서 인민들이 모든 해악을 감수하지 않고, 무조건 참고 견디는 태도를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독재자는 인민들에게 어떠한 해악도 끼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놀라운 것은 인민들이 마땅히 느껴야 할 고통을 대수.. 더보기
Jacqueline Du Pre - The Very Best Of Jacqueline Du Pre(EMI) 어느새 자클린느 뒤 프레가 세상에 온지도 60년이 넘어 버렸구나. 그녀가 살아 있었다면 올해로 만 60환갑이었을 텐데 불행히도 그녀는 지난 1987년 세상을 떠났다. 나는 87년에 대한 몇 가지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상하게 87년은 내게 짙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지도... 아마 97년의 요맘 때였을 거다. 연립이라기 보다는 다세대에 가까운 곳에 나는 원룸 자취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었다. 7년을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남자에게 세상은 220V전기 콘센트에 연결된 110V전구이거나 선풍기이다. 그것은 순간 지독한 빛을 발하거나 맹렬한 속도로 뜨거운 바람을 쏟아내다가 한순간 퍽하고 나가버리고,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다. 세상이 맹렬하게 빛을 내다가 어느 순간 마치 매트릭스의 그 사.. 더보기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Dogfight, 1991)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Dogfight) 감독 낸시 사보카 출연 리버 피닉스, 릴리 테일러 제작 1991 미국, 89분 낸시 사보카 감독은 뉴욕 주립대를 졸업하고, 단편 영화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나름대로 인정받는 여성 인디 감독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녀의 영화 중에서 내가 본 것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하룻밤(Dog Fifht)" 한 편에 불과하지만, 이 영화의 잔잔한 시선은 오래도록 날 사로잡았다. 낸시 사보카 감독의 시선 속에 담긴 리버 피닉스는 멋진 반항아도 아니었고, 청춘 스타가 아닌 젊은 배우, 조금은 으쓱대고 싶고, 조금은 내성적인 그런 평범한 청년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이 청춘의 아이돌이나 소녀 팬들의 히어로로서의 리버 피닉스가 아닌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그럴 듯한, 배우.. 더보기
전쟁 대행 주식회사 - 피터 W. 싱어 | 유강은 옮김 | 지식의풍경(2005) 전쟁 대행 주식회사(Corporate Warriors: The Rise of the Privatized Military) - 피터 W. 싱어 | 유강은 옮김 | 지식의풍경(2005) 용병(傭兵, mercenary)이란 말은 남성들에게, 의무병 제도 아래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군대 경험을 하기 마련인 대한민국에서는 특히나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임에 틀림없다. 어느새 10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지만 IMF경제 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때, 꽤 여러 매체에서 다룬 기사 중 하나는 프랑스 외인부대에서 근무하는 어떤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경제위기로 실직한 많은 한국 남성들에게 유행했던 말 가운데 하나는 군에 말뚝 박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직업군인이 되란 것이었고, 이미 군 경험을 .. 더보기
세계 500대 브랜드 사전 - 토리 차르토프스키 세계 500대 브랜드 사전 (Die 500 bekanntesten Marken der Welt, 2004) - 토리 차르토프스키 | 박희라 옮김 | 더난출판사(2006) 혜화동 대학로로 나와요 장미빛 인생 알아요 왜 학림다방 쪽 몰라요 그럼 어디 알아요 파랑새 극장 거기 말고 바탕골소극장 거기는 길바닥에서 기다려야 하니까 들어가서 기다릴 수 있는 곳 아 바로 그 앞 알파포스타칼라나 그 옆 버드하우스 몰라 그럼 대체 어딜 아는 거요 거 간판좀 보고 다니쇼 할 수 없지 그렇다면 오감도 위 옥스퍼드와 슈만과 클라라 사이 골목에 있는 소금창고 겨울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라는 카페 생긴 골목 그러니까 소리창고 쪽으로 샹베르샤유 스카이파크 밑 파리 크라상과 호프 시티 건너편요 또 모른다고 어떻게 다 몰라요 반체제인산.. 더보기
피터의 의자 - 에즈라 잭 키츠 |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1996) 피터의 의자 - 에즈라 잭 키츠 |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1996) 에즈라 잭 키츠가 뉴욕 브룩클린의 유대계 폴란드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앞서 "내친구 루이"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폴란드 그리고 유대인, 이민자... 라는 이 세 단어는 에즈라 잭 키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폴란드계 유대인하면 내 머리 속에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인물은 "로자 룩셈부르크"이다. 막스 갈로의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엔 이런 대목이 있다. 로자로 하여금 삶을 지탱하도록 해준 것, 시련을 견뎌나가게 해주고, 정면으로 맞서며, 추락할 때마다 다시 튀어오르게 해준 것, 불안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게 해준 것은 유머였다. 아마 그건 자신도 모르게 폴란드계 유대인이라는 출신이 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