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SY/한국시'에 해당되는 글 244건

  1. 2011.10.28 박재삼 - 울음이 타는 가을강 (2)
  2. 2011.10.27 천양희 - 사라진 것들의 목록 (3)
  3. 2011.10.26 공광규 - 얼굴 반찬
  4. 2011.10.25 이재무 - 제부도 (1)
  5. 2011.10.24 이문재 - 마흔 살
  6. 2011.10.19 정해종 - 엑스트라
  7. 2011.10.14 박목월 - 이별가
  8. 2011.10.12 박영근 - 길 (1)
  9. 2011.10.11 오규원 - 모습
  10. 2011.10.08 이성부 - 슬픔에게 (2)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겄네.

*


내 마음은 깃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사람들은 마음이 오색창연하다느니
사람들은 마음이 펄럭인다느니
사람들은 마음에 바람 들었다느니
사람들은 마음이 어디 있냐고 묻지만

마음은 깃발, 깃대에 사로잡힌 채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당신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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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의 목록


- 천양희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수선소집
목포댁 재봉틀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도 사라졌다
돌아가는 삼각지 로터리가 사라졌다 고전
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
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상영관
아카데미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세상에는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가
나도 나를 버리는데 반생이 걸렸다
걸려 있는 연(緣)줄 무슨
연보처럼 얽혀 있다 저 줄이…… 내 업을
끌고 왔을 것이다 만남은 짧고 자국은
깊다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다


*


누구 노래였더라. '총 맞은 것처럼' 총을 맞아본 적이 없으니 솔직히 감각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총 맞은 것처럼'이란 직설적인 표현엔 힘이 있다. 천양희 시인과 나는 연배 차가 제법 있다. 그래서 시인이 말한 것 중 절반쯤은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지 실제 경험해본 것은 아니다. 나는 '총 맞은 것처럼' 시인이 하는 말을 고스란히 감각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내 주변에도 사라진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내 곁에서 사라진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 본다. 정말 큰 구멍은 없을까? 알고 보니 내가 구멍이다. 내가 이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

사라진것들의 목록.

- 천양희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목포댁 재봉틀소리
사라졌다 마당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도
사라졌다

돌아가는 삼각지 로터리가 사라지고 고전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상영관아카데미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오늘의
뒷켠으로 사라진 것들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런데 왜 옛날은
사라지는게 아니라 스며드는것일까 어느
끈이 그렇게 길까 우린 언제를 위해 지금을
살고 있는지 잠시 백기를 드는 기분으로
사라진것들을 생각하네 내가 나에게서
사라진다는 것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을것이네

#
몰랐는데... 몇달 전에 나온 시집에서는 또 처음 발표 때와 다르게 3연을 시집내면서 대폭 손 봤나 봅니다.
(1연에 '수선집'이라는 단어도 빠지고)
아래 어떤분의 질문이 있어서 참고될까 싶어서 다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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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반찬


-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출처 : 공광규, "말똥 한 덩이", 실천문학(2008)

*

오랫동안 혼자서 밥 먹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밥을 먹을 때면 좁은 방 정면으로 전신 거울이 보였습니다. 무심결에 혼자 밥먹고 있는 나를 바라보니 정내미가 떨어졌습니다. 좁은 방 안에 거울을 치워둘 마땅한 곳도 없어 거울을 등지고 옷장을 바라보며 밥을 먹습니다. 이제 거울은 홀로 밥 먹고 있는 사내의 등을 비추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등지느러미가 시큰하게 저려옵니다. 오랫동안 혼자서 밥 먹어 버릇하다가 처음으로 누군가와 마주보며 밥을 먹으니 마주한 이가 밥을 어찌 먹나 물끄러미 바라보게 됩니다. 젓가락 가는 곳마다 눈동자가 저절로 따라나섭니다. 밥 먹는 사람을 보니 신기합니다. 오물조물거리는 입술을 오래도록 쳐다봅니다. 오른쪽 발가락으로 왼쪽 발등을 꼬집어 봅니다. 살아있는 시간입니다. 살아있다는 걸 느끼는 시간입니다. 생시(生時)입니다. 밥 먹는 사람을 바라봅니다.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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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


사랑하는 이에게 작별을 고하면 채 10분도 안 되어 후회가 시작된다. 가득찬 달은 이지러지게 마련이고, 가득찬 사랑은 달과 함께 시든다. 조석의 변화처럼 사랑도 어김없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 사랑하는 이여! 그대와 나의 이별도 당연한 거야. 사랑했으니까 헤어짐이 있는 거야. 헤어졌으니까, 다시 만나야 하는 거고...그거 알아? 시든 달도 다시 가득 차고, 다음에 또 그렇게 제부도 바닷물은 뒤로 물러날 거라고...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 그러니 이별도 영원하지 않다고... 변덕이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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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 떼를 세어 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

나이를 먹으면 옛날일은 바로 어제 일 같이 생생한데
어제 일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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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 정해종



그냥 지나가야 한다
말 걸지 말고
뒤돌아 보지 말고
모든 필연을
우연으로 가장 해야 한다
누군가 지나간 것 같지만
누구였던가 관심두지 않도록
슬쩍 지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죽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몇 번을 죽을 수 있지만
처절하거나 장엄하지 않게
삶에 미련 두지 말고
되도록 짧게 죽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죽음으로
살아남은 자의 생이 더욱
빛나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배당받는 것이다
주어진 생에 대한 열정과 저주,
모든 의심과 질문들을 반납하고
익명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
세상을 한번, 휙..
사소하게 지나가야 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끝끝내
우리는 배경으로 남아야 한다.


출처 : 정해종, <내 안의 열대우림>, 생각의나무(2002)

*


어제 영화 <캐쉬백(Cashback)>을 보다가 실연 당한 젊은이가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여분의 시간(extra hour)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갑자기 정해종 시인의 <엑스트라>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늘 자신이 주인공인줄 여기며 살지만 실은 '여분'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힌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우리 자신이 더 잘 안다.  

기억해줄 사람 하나 없이 배경으로 살아간다는 걸... 그대 떠난 뒤 홀로 남겨진 블로그에 몰래 도둑처럼 스며들어 갈 때마다 느끼곤 한다.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주인을 기억하며 사람들은 가끔씩 와서 그대의 안부를 묻고, 안부보다 더 많은 스팸들이 쌓여간다. 그렇게 서서히 세월의 더께가 쌓여가겠지만, 그대의 흔적이 화석이 되는 일은 없을 거다.  

언젠가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서버의 부하량을 핑계로 포털사이트가 그대의 블로그를 영영 허공으로 날려보낼 테니까. 그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조차 모두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아마 우주의 반짝이는 별들을 위한 배경이 될 것이다. 영원한 암흑 속에서 널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우주 속에 여전히 암흑으로 칠해지지 않은 여백이 될까.

절대 잉여들의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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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가


- 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


나는 지금도 제일 처연한 시 중 하나로 신라 향가인 <제망매가>를 손꼽는데, 박목월 선생의 이 시 <이별가> 역시 못지 않다.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하는데 와락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승과 저승 사이 강은 걸어서도 건널 수 있고, 잠 자면서도 건널 수 있고, 추락하면서도 건널 수 있고, 온갖 방법으로 건널 수 있을 만큼 가까운데... 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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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2 10:38




- 박영근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 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치우고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저 눈 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시인의 시가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사실 이런 일이 좋은 건 아니다.
그건 내가 몹시 지쳤거나 다쳤거나 힘겹다는 증거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저 눈 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시인의 마지막 연이 나를 또 왈칵왈칵하게 만들어 버린다.
잘 쉬고 계시냐고 시인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그곳에선 부디 편안하시라고...
삶이 그토록 쓸쓸했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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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 오규원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 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

시인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나에게 이 시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시인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의 육체는 명동 골목 사이로 쏴아하고 불어가는 한 줄기 바람에도 가늘게 흔들렸으므로...
그러나 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 흔들림을...


 


** 교수가 되기 전에 시인이란 생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직업으로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던 당신이었다. 사진, 아니 이미지에 대해 비할 바 없이 높은 안목이 있던 분이기도 했다.(이미지 출처: 문학과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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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게


- 이성부



섬 하나가 일어나서
기지개 켜고 하품을 하고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느냐.
바다 복판에 스스로 뛰어들어
그리움만 먹고
숨죽이며 살아남던 지난 십여년을,
파도가 삼켜버린 사나운 내 싸움을,
그 깊은 입맞춤으로
다시 맞이하려 하느냐.
그대,
무슨 가슴으로 견디어 온
이 진흙투성이 사내냐 !

*

오래전 어느 시절 나는 내 삶에도 노래처럼 어떤 음계가 있다면
그것은 국악 장단 중에서도 가장 느리게 흘러간다는 진양조 장단에
발맞춘 슬픔이 아닐까 결론짓고 홀로 힘없이 미소지은 적이 있었다.

사람마다 제각각의 호흡과 리듬을 타고 난다면
나는 아마도 진양조 늦은 장단에 내 삶을 맞추고 싶었다.
내 삶은 언제나 손아귀에 가득 쥔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너무 쉽고 빠르게 새어나가버리는 듯 했으니까.
그리하여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무 것도 없는데
그 흐름에 맞춰 날 적응시키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내 삶의 기본은 '서글픔'이란 걸 알게 되었다.

태어난 것이 서러워 울었고
사랑받지 못하는 삶이 서러워 울었다.
파도처럼 매일의 삶이 울음이었다.
간신히 두 발로 선 뒤엔 쓰러지지 않으려 살았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강인하다거나 인내심이 많다거나
매사에 눈치 빠르게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했으니 나는 서글펐다.

"그대,
무슨 가슴으로 견디어 온
이 진흙투성이 사내냐 !"

그래서 나는 이 구절이 예사롭지 않다.
나는 진양조의 삶을 꿈꾸었으나 내 삶은 언제나 휘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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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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